이천도자예술마을 안에 있는 가마에서 한 도예인이 소성작업을 하고 있다. 도자예술마을의 도예인들은 아직도 흙가마에 나무로 도자를 구워내는 전통방식을 선호한다.

이천도자예술마을 안에 있는 가마에서 한 도예인이 소성작업을 하고 있다. 도자예술마을의 도예인들은 아직도 흙가마에 나무로 도자를 구워내는 전통방식을 선호한다.

코로나19가 세상에 나타나기도 전의 이야기입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유럽인은 예술가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역마다 예술가들이 마을공동체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거리의 예술가조차 자유롭고 당당합니다. 예술인이 모인 마을도 수없이 많습니다. 지중해의 예술인 마을 생 폴 드 방스부터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의 센텐드레, 세라믹 예술가들이 모인 핀란드 피스카스 빌리지까지 특색 있는 예술촌이 예술은 물론 관광을 떠받치는 중요한 자원이 됩니다. 한국에도 그런 곳이 있습니다. 경기 이천에 있는 도자예술마을입니다. 예술과 개성이 넘치는 마을로 이번 주말 산책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전통 도자의 메카 된 국제적 예술마을
가기공방에서 도예체험을 하고 있는 방문객.

가기공방에서 도예체험을 하고 있는 방문객.

이천 하면 품질 좋은 쌀과 도자기가 연상될 만큼 예전부터 도자마을로 이름이 높았다. 이천이 도자와 인연을 맺은 것은 16세기 초부터였다고 한다. 이천 특산품으로 백옥과 도기(陶器)가 유명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였다. 이천이 도자마을로 명성을 이어온 것은 도자 원료인 양질의 흙과 땔감이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양과 가까워 도자를 유통하기 편한 지리적인 여건까지 갖췄다. 지금까지도 이천 곳곳에 도자기를 생산했던 가마터 유적이 남아 있을 정도니 조선시대 도자마을로 얼마나 융성했을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등으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전통 도자기의 명성을 이어가려는 도공들의 노력으로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

이천도자예술마을이 지금처럼 대규모 도예촌으로 성장한 것은 2005년 6월 이천 사음동과 신둔면 일원의 360만여㎡를 국내 첫 도자산업특구로 지정하고부터였다. 기존에 터를 잡은 도예가를 중심으로 좋은 환경에서 작업하고 싶은 전국의 도예가들이 이곳에 모이면서 지방자치단체와 도예가들이 힘을 합쳐 2018년 4월 신둔면 고척리에 국내 최대 공예타운(40만6000㎡)인 도자예술마을을 조성했다.

이천도자예술마을은 이미 국제무대에서 예술 도시로 인정받았다. 2018년 6월 폴란드에서 열린 제12회 유네스코 연례회의에서 국내 최초로 공예부문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돼 세계 도자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이천도자예술마을은 가마마을, 사부작마을, 회랑마을, 별마을 등 모두 4개 마을로 나뉘어 있으며 도자를 필두로 유리, 옻칠, 고가구·조각·목공예·섬유 등 350여 개 공방이 입주해 있다. 이 가운데 70~80%를 도자가 차지한다. 공방이 입주한 건물은 보통 3층짜리로 공방에 따라 1~2층은 공방, 2~3층은 주거공간으로 사용하는데 3층을 게스트하우스로 꾸민 곳도 30여 곳이나 된다. 당일 코스로 방문할 수도 있고 예술을 체험할 목적이라면 장기체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도자 체험하며 느끼는 예술의 향기
흙으로 보석을 빚는 곳…도자의 나라 이천

마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장소는 3층짜리 건물이 기타 모양으로 디자인된 세라 기타문화관이다. 도자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수제 기타 제작 공방을 보고 우쿨렐레 제작 체험을 할 수 있다.
흙으로 보석을 빚는 곳…도자의 나라 이천

전통기법으로 도자기를 구워내는 가마마을은 이천도예마을의 상징 같은 곳이다. 그중 이향구 도자 명장이 운영하는 남양요 전통가마는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이곳에서는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과 소성 과정 등 도자기 제작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공방에 딸린 점포에는 이 명장이 만든 다양한 도예작품이 전시돼 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작품은 한 점 가격이 8000만원이나 하는 대작 ‘달항아리’다.

이천도예마을을 찾았다면 해주도자박물관은 반드시 들르는 것이 좋다. 해주 엄기환 선생이 운영하는 박물관에는 60년간 작품 활동을 하면서 모아 놓은 도자기들이 전시돼 있다. 엄 선생의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지순택, 서광수 같은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전통 도예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자기도 만날 수 있다. 여경란 도예가의 공방 ‘여기담기’에서는 강아지, 새 등 동물 캐릭터와 어린아이들의 형상을 빚은 도자기를 구경할 수 있다. 도자예술이 단지 그릇을 만드는 데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박기용 작가의 물레를 이용한 백자 그릇과 노미랑 작가의 독특한 도자 조각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가기공방, 실용성을 갖춘 자기 전문 공방인 토토공방도 관광객이 자주 찾는 곳이다.

도자기 외에 다른 구경을 하고 싶다면 별마을에 있는 유리공방 플럭스(FLUX)를 추천한다. 관광객들이 유리공예를 직접 체험할 수 있고, 다양한 유리공예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 이천도예마을 여행팁
흙으로 보석을 빚는 곳…도자의 나라 이천

이천도자예술마을의 공방들은 저마다 개성이 강하고 전시된 작품도 다양해 사전에 정보를 일별한 뒤 둘러보면 더욱 깊이있게 관람할 수 있다. 도자예술마을 입구의 한옥으로 조성된 관광안내소에 지도와 공방 정보 등이 수록된 안내서가 비치돼 있다. 안내 직원으로부터 공방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흙으로 보석을 빚는 곳…도자의 나라 이천

도자예술마을 내 모든 공방은 작가의 작업 공간뿐만 아니라 갤러리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작가로부터 직접 창작 의도를 듣고 작품을 감상하거나 살 수 있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천천히 공방들을 둘러보면서 구경할 수 있지만 워낙 단지가 커서 차로 이동해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거의 모든 공방에 주차장이 있고 도로도 잘 정비돼 있다.

이천=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