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세상에 선함과 희망이 존재한다는 믿음에 관한 책"

"지난 10~15년 동안 한국이 문화의 근원지로서 국제적으로 얼마나 중요해졌는지 말해주고 싶습니다.

과거 우리는 한국을 삼성과 같이 기술이나 자동차를 생산하는 곳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은 K팝 같은 흥미로운 문화의 근원지입니다.

"
현대 영문학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인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한국 독자들에게 전한 말이다.

이시구로는 지난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 펴내는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 출간을 기념해 연합뉴스를 비롯한 한국 매체들과 진행한 공동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시구로 "한국은 문화의 근원지…내 책 한국서 읽혀 기뻐"

이시구로는 "이제 내 책이 한국의 '문화 현장(cultural scene)'의 일부가 되어 정말 기쁘다"면서 "사람들은 한국을 흥미진진하고 현대적이고 새롭고 예술적인 작품들의 원천지로 여기기 때문에, 한국에서 읽히는 책들의 대열에 내 책이 함께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한국 영화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지난 15년간 전 세계가 흥미진진한 최첨단 한국 문화의 등장을 잘 인식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내 책이 매우 미래지향적 문화가 만들어지는 현장인 한국에서 읽힐 수 있다는 건 매우 신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서양인들 대부분이 한국을 현대적이고 젊은 나라로 보는 것 같다"면서 "봉준호 감독 같은 사람들은 젊지 않지만, 이들이 만드는 작품은 새롭고 신선하고 미래 지향적인 현대 국제 문화로 간주한다"고 했다.

다만 이시구로는 한국 또는 한국계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도 한강의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이 아주 유명하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저는 원래 현대 작품을 잘 읽지 못합니다.

유명한 영국 작가나 미국 작가 중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도 거의 읽지 못했습니다.

저는 아주 느리게 읽고, 주로 옛날 책들을 읽습니다.

최근에는 논픽션을 많이 읽었습니다.

"
이시구로는 '클라라와 태양'을 쓴 배경과 관련해 "'선(goodness)'에 대해 더 많은 희망과 믿음이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면서 "클라라에게 슬픈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결말이 너무 슬프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클라라와 태양'은 희망, 그리고 세상에는 선함이 존재한다는 믿음에 관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AI) 안드로이드인 '클라라'라는 캐릭터를 창조한 데 대해 "클라라가 마치 세상에 갓 도착한 아기처럼 처음으로 인간을 바라본다는 점이 정말 좋다"면서 "다른 곳에서 가져온 편견과 가치관이 거의 없는 인물, 클라라의 이런 어린애 같은 느낌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시구로는 작품의 핵심 메시지와 관련해선 이렇게 말했다.

"이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인간은 우리의 특별함을 다소 과대평가한 건 아닐까?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할까? (중략) 우리가 인간이 무엇인지에 관해 다르게 생각한다면, 서로에 대한 사랑과 다른 감정들의 본질이 바뀌게 될까요? 이 질문이 바로 저의 물음입니다.

정답은 없기 때문에 답변하고 싶지 않지만, 이 책 전체가 이 질문을 다루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
이 밖에 그는 지난해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다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주목했다.

이시구로는 "오스카 역사상 최초로 최우수 작품상을 한국 영화가 받았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며 "이미 진작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대중문화가 훨씬 더 국제화되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 내, 미국 내, 영국 내에는 큰 격차가 존재한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큰 격차를 다뤘다"라고도 평했다.

이시구로는 영국과 일본 등이 과거 식민 통치와 관련한 역사와 기억을 묻었다고 진단하면서 "이런 것들이 묻혀 있는 동안에는 앞으로 나아가기가 매우 어렵다.

바로 이 내용이 내가 관심 있는 주제"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영국으로 이주한 그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 등 자신보다 앞선 세대 일본 문인들의 작품은 공감하기 어렵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동시대 작가는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시구로는 팬데믹에서 배워야 할 점에 대해선 "국제 협력과 강력한 국제기구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점, 과학에 대한 장려와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기억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할 매우 중요한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이시구로 "한국은 문화의 근원지…내 책 한국서 읽혀 기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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