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편 실린 책 시집 '동상이몽' 출간…잡풀·고스톱 등 소재 다양
"영감 산에 묻은 지 수년"…완주 주민 삶 녹여낸 시집 출간
영감 산자락에 묻은 지 수년 지나/ 백 살에 초승달 허리 이마 주름 뒤덮는데/ 왜 어찌 날 안 데려가요이/ 제발 후딱 데려가소, 영감.
올해 101세인 전북 완주군 동상면 주민 백성례 할머니는 일찍 떠나간 님을 그리며 이 시를 지었다.

'영감 땡감'이라는 제목의 백 할머니 시는 주민들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완주군 동상면 주민들의 고된 삶과 구구절절한 사연이 한 권의 시집으로 엮였다.

완주군은 270쪽의 주민 채록 시집 '동상이몽: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를 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오는 14일에는 동상면 학동마을 여산재에서 출판회도 갖는다.

이 시집은 '호랭이 물어가네'와 '다시 호미를 들다' 등 6부로 나뉘며 150여 편의 시·산문을 수록하고 있다.

다섯 살배기 어린이부터 100세를 넘긴 어르신까지, 저마다의 시각으로 글감을 정했다.

참 곱다/ 붉은 사과처럼/ 참, 곱다/ 내/ 젊은 청춘/ 저 바닥으로/ 채운 삶/ 황혼에 그린/ 텃밭.
마디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 '여뀌'를 보며 인생을 관조하듯 지은 시는 읽은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또 '경로당에서 10원짜리 고스톱을 치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시는 주민들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시집 출간에는 박병윤 완주군 동산면장의 도움이 있었다.

시인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면장으로 부임한 이후 주민들로부터 "우리의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엮자"는 제안을 받았다.

박 면장은 발품을 팔아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녹음하며 6개월 만에 주민의 시를 모은 초고를 써냈다.

박 면장은 "가슴속 깊이 맺힌 어르신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직접 담고 싶었다"며 "시집의 주인공은 바로 완주군 동상면 주민 모두이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서평을 통해 "시집 곳곳에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세대에 겪어야 했던 아픔들이 글에 송곳처럼 남아있어 눈시울이 붉어졌다"며 "동상면 주민 모두가 살아온 삶이 시 꽃으로 피어나 그 꽃향기가 오래도록 퍼져나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