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개인전 '워크 라이프 이펙트'
세계적 설치미술가 리암 길릭이 광주에 전하는 행복방정식

미술관에서 흔히 마주하는 흰색 가벽이 사라졌다.

내부 모든 벽을 제거한 전시장에는 두 개의 '쇼룸' 같은 공간이 자리 잡았다.

두 공간 모두 정면에 서면 LED 틀로 이뤄진 커다란 창 너머로 안쪽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천장도 없다.

쇼윈도 같지만 실제로는 유리가 없어 관람객이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작가가 전시장 안의 열린 전시장으로 만든 공간 바깥에는 복잡한 수학 공식이 네온으로 빛난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리암 길릭(57)의 '워크 라이프 이펙트' 전은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미술관 안에 미술로 창조한 도시 풍경이 펼쳐지는 셈이다.

첫 번째 공간에는 형형색색으로 코팅한 알루미늄 막대를 벽면에 세로로 이어 붙인 '핀 & 호라이즌' 신작이 있다.

흔한 산업재에 색을 입혀 시선을 붙잡는 추상적인 작품으로 바꿔놓았다.

다른 공간에는 디지털피아노와 눈을 뿌리는 스노우머신으로 구성된 작품 '눈 속의 공장(우편배달부의 시간)'이 놓였다.

군사정부에 대항하는 1974년 포르투갈혁명의 시작을 알렸던 민중가요 '그란돌라 빌라 모레나'가 자동으로 연주된다.

거리 불빛처럼 전시장 벽 면에서 빛을 발산하는 커다란 네온 작품 제목은 '행복 방정식'이다.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UCL) 논문에 실린 행복을 계산하는 공식을 옮겼다.

세계적 설치미술가 리암 길릭이 광주에 전하는 행복방정식

주요 작품이 서로 분리된 듯하면서도 하나로 모이는 이번 전시 제목은 일과 삶의 복잡미묘한 긴장과 조화를 암시한다.

디지털화와 코로나19 사태로 일과 삶의 경계가 흐려지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가운데 작가는 체험적 전시 방식으로 주제를 드러낸다.

전시 제목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전시는 훨씬 더 다층적인 맥락을 제시한다.

작가가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하지 않기에 서로 다른 성질의 두 가지 사이의 긴장과 갈등, 공존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내한한 리암 길릭은 1일 "도시 생활의 현실, 모호해진 일과 삶 사이의 공간 등을 표현했지만 전시에서 어떤 문제를 보여주고 해결책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장 벽에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공식을 써놨지만, 그것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관람객들이 그것을 보면서 다른 사유를 할 수 있게 유도하고 싶었다"라며 "단순명료한 해결책으로 세상이 나아지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리암 길릭은 영국 현대미술 부흥기를 주도한 이른바 'yBa'(young British artists) 초기 작가 중 한 명이다.

2002년 영국 터너상 최종후보에 올랐으며, 영국 테이트모던,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09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는 독일관 대표작가로 참여했다.

그는 순수미술 외에도 출판, 디자인, 전시기획, 미술비평 등 다방면에 걸쳐 예술세계를 발전시켜왔다.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개념인 '관계 미학' 이론 정립에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갤러리에서 전시를 연적은 있지만, 아시아권 미술관에서의 대규모 개인전은 처음이다.

그는 2019년 광주를 방문한 뒤 전시 개최를 결정했다.

광주의 역사적 비극을 다룬 사료를 살펴보고 이날 개막한 광주비엔날레 전시도 둘러봤다는 그는 "이 도시의 역사는 늘 의식 속에 있지만 사람들이 아는 것을 다시 표현하거나 재현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라며 "나만의 방식으로 광주의 치유에 기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6월 27일까지.
세계적 설치미술가 리암 길릭이 광주에 전하는 행복방정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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