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10일 하이커우서 '하이난 엑스포'
미·유럽산 명품 브랜드 1165개 총출동
14억 인구 거대 소비시장 영향력 과시
내수진작·투자유치 등 '이중순환' 전략
중국이 오는 5월 1000개가 넘는 미국과 유럽산 명품 브랜드가 총출동하는 대규모 무역 박람회를 연다. 중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명품 브랜드 박람회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하이난에서 1년여 만에 열리는 첫 국제 무역 박람회다.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신장위그루자치구 위그루족 인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인구 14억의 거대 소비시장을 앞세워 서방국가에 대한 우회적인 경제 압박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69개국 1165개 명품 브랜드 총출동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4일 "중국 정부가 5월 7일부터 10일까지 하이난성의 수도 하이커우에서 '중국 국제 소비재 박람회(CICPE)' 일명 '하이난 엑스포'를 개최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성과 하이난성 공동 주최, 하이난 국제경제개발국(IEDB) 주관으로 하이난 국제전시컨벤션센터 8만㎡ 전시장에서 열리는 행사다.

스위스가 주빈국인 올해 박람회에는 국내외 1430개 기업(해외 630개, 국내 800개)이 참여한다. 전체 8만㎡ 규모의 전시장 중 3분의 2가 넘는 6만㎡가 전 세계 69개국 1165개 명품 브랜드로 채워진다. 프랑스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와 로레알, 갤러리 라파예트, 영국의 버버리와 재규어 랜드로버, 디아지오, 독일 한세 요트, 스위스 리치몬트, 오스트리아 스와로브스키, 호주 블랙모어 등이 대표적이다.

패션과 주얼리, 식품, 라이프스타일, 호스피탈리티 등 5개 존으로 구성되는 국제관에는 테슬라와 존손앤드존슨, 델, 테피스트리, 파나소닉과 시세이도, 오므론 등 미국과 일본 브랜드도 참여한다. 2만㎡ 규모 국내관은 화웨이와 비보, 오포 등 800개 중국 기업이 채운다. 소비혁신과 면세쇼핑, 관광 등을 주제로 한 콘퍼런스와 세미나 등 부대행사도 예정돼 있다.

하이난 엑스포가 열리는 4일간 최대 2만명의 전문 바이어 포함 20만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중국 상무성과 하이난성은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하이난 엑스포에서 구입한 제품에 대해서 1인당 10만 위안의 면세한도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쉔단양 하이난성 부주석은 지난 26일 베이징 국무원에서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하이난 엑스포는 '최첨단', '고품질'의 '최신'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 '부티크' 박람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EU와 외교갈등에도…명품 무역박람회 여는 중국의 속내는?

○중국 최초 자유무역항 개발 중인 '하이난'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중국 최남단 하이난섬은 3만5000㎢ 섬 전체가 자유무역항으로 개발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 대한민국의 3분의 1 크기의 하이난섬을 중국 본토와 다른 경제질서가 적용되는 무역과 금융, 물류, 관광산업의 허브로 개발하는 '자유무역항 개발계획'을 내놨다. 2018년 시진핑 주석이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처음 자유무역항 건설 구상을 내놓은 지 2년여 만이다.

하이난섬 개발계획은 2050년까지 총 3단계에 걸쳐 무역과 금융, 물류 등에서 사람과 자본, 상품이 국적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자유무역항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중국은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반중 정서가 강해지고 미국의 제재조치로 무역과 금융 허브로서 역할이 어려워진 홍콩을 대신할 대체지로 하이난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자유무역항이 들어서는 건 하이난이 처음이다.

하이난 자유무역항 개발은 대외적으로 자유무역 수호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셈법도 깔려 있다. 푸쉬안차오 전국인민대표대회 부대표이자 하이난성 개발계혁위원회(HPDRC) 국장은 현지 관영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하이난 자유무역항은 모든 비즈니스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최고 수준의 개방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코코넛과 석탄, 항공·선박용 부품 등 169개 품목에 대해 '제로(0)' 관세를 시행하고 있다.
○면세쇼핑 열풍 타고 명품 '빅마켓'으로 부상
홍콩, 한국 면세점에 밀려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하이난 면세점은 지난해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를 겪으며 세계 명품시장의 '빅마켓'으로 급부상했다. 코로나 사태로 면세쇼핑 성지로 거듭나면서다. 중국 정부가 최초의 명품 브랜드 무역 박람회를 하이난에서 열기로 한 가장 큰 이유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해외여행이 막히자 중국인 관광객은 유일하게 내국인도 면세쇼핑이 허용되는 하이난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면세한도를 3만 위안(약 517만원)에서 10만 위안(약 1725만원)으로 늘리고, 면세품목을 35종에서 45종으로 확대하며 하이난 면세쇼핑 열풍에 불을 지폈다.

면세한도와 품목이 확대된 지난해 7월 첫주 하이난 면세점의 매출은 4억5000만 위안(약 776억원)으로 상반기 평균보다 60% 가까이 급등했다. 국경절 연휴기간(10월 1~8일)은 전년 대비 매출이 배 이상 늘어 10억 위안(약 1725억원)까지 치솟았다. 일평균 매출이 1억 위안(약 172억5000만원)을 넘어선 지난해 하이난의 면세점 매출은 2019년보다 2배 이상 늘어 270억 위안(약 4조6572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내 면세품 소비가 늘면서 명품시장 규모도 덩달아 커졌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의 명품 구매는 3500억 위안(약 60조3700억원)에 달했다. 2019년 대비 48% 증가한 수치다. 세계 명품시장 점유율도 2019년 11%에서 배 가까이 늘어 지난해 20%를 높아졌다. 세계 명품시장이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23%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하이난성의 수도 하이커우시는 올해 면세점 예상 매출을 당초 예상했던 300억 위안(약 5조1750억원)보다 2배 많은 600억 위안(약 10조3500억원)으로 상향했다. 그동안 주로 해외에서 이뤄지던 명품 소비가 국내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해서다. 2018년 한 해 중국인이 여행, 쇼핑 등 해외 소비액은 약 1조8200억 위안(약 314조원)에 달했다.

○"하이난 엑스포는 '이중순환' 전략 일환"
중국 정부가 서방국가와 외교 갈등을 겪는 시점에 하이난 엑스포 카드를 꺼내든 건 '이중순환(dual-circulation)' 경제전략의 일환이다. 이중순환(쌍순환)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제품과 기술의 공급망을 국내로 돌리고, 개방정책으로 외자 유치를 늘리는 '국산화' '세계화'가 핵심이다. 미국과의 무역갈등을 겪을 당시 예측불가능한 대외환경으로 인한 내부 충격을 줄이려 무게중심을 내수 활성화에 둔 경제 정책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글로벌타임스 등은 "하이난 엑스포가 최근 서방국가와의 외교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대비하려는 중국 정부의 이중순환 전략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안으로는 소비를 늘려 외부충격을 상쇄하고 대외적으로는 중국 시장의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쿠이훙젠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부장은 글로벌타임스에 "중국과 서방국가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지만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누릴 이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적 유대관계가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가 간 발생하는 정치·외교적 갈등이 경제적 협력관계를 무너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왕빙난 중국 상무부 제1차관은 지난 26일 공식 언론브리핑을 통해 "출품기업 대부분이 외국 기업인 하이난 엑스포는 중국 정부의 개방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14억 인구와 5억의 중산층을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소비시장인 중국 시장과의 협력은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침체된 세계 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이끌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