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서 세계 초연…가수 정미조 노래도
통영 봄밤 적신 '디어 루나'…한예리·김주원 듀오 빛났다

끊임없이 변하는 달은 한 번뿐이지만 변화무쌍한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전할까.

지난 26일 오후 10시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 무대 위에서 달과 삶을 주제로 두 여성 무용수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만남이 펼쳐졌다.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으로 세계 초연된 융합극 '디어 루나' 주연이자 예술감독인 발레리나 김주원(44)과 배우 한예리(37)는 달의 앞뒷면처럼 완벽하게 하나가 된 모습을 표현하며 통영의 봄밤을 촉촉하게 적셨다.

'디어 루나'는 보름에서 시작해 하현과 그믐, 삭, 금환일식, 초승, 상현을 거쳐 다시 보름으로 돌아오는 달의 순환 과정을 풀어낸 작품이다.

'꿈'을 주제로 하며, 그 꿈을 향한 '길'과 '삶'에 관한 의미까지 다룬다.

"달은 자신만의 속도로 서서히 모양을 채워가며 매일매일 빛을 드러내고, 마침내 보름달에 됐을 때 찬란함을 인정받는 존재야. '여기 봐, 여기 있어'라고 외치는 듯 보이는 아름다운 자태와 힘,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은 걸까.

"
한예리의 내레이션과 함께 신비로운 달의 여신 '루나'(김주원)와 '예리'의 2인무가 이어졌다.

또 예리와 '하프문'(발레리노 이승현)의 작은 듀오, '루나'와 '하프문'의 듀오도 선보이는 등 달의 변화과정이 다양한 몸짓으로 표현됐다.

한예리의 내레이션 분위기 역시 조금씩 달라졌다.

극 초반에는 삶에 관한 고민이 묻어난 내용이 많았는데, 달의 변화와 함께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성숙한 자아를 찾게 되는 '예리'의 모습이 느껴졌다.

통영 봄밤 적신 '디어 루나'…한예리·김주원 듀오 빛났다

무용수들은 극 초반 포인트 슈즈(토슈즈)를 신지 않았다가 달이 차기 시작하는 초승부터 포인트 슈즈를 신었다.

의상도 처음엔 검은색 옷으로 시작해 달이 차면서부터 아이보리색의 밝은 옷으로 바꾸는 등 달의 변화를 나타냈다.

음악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미국 출신 젊은 작곡가 이안 디키의 '화이트 파라솔'을 비롯해 존 애덤스, 데이비드 랭 등의 현대음악으로 시작해 슈베르트와 라흐마니노프, 드뷔시 등 클래식 음악 순서로 무대를 채웠다.

작곡가 김택수의 노력이 10개 남짓 편곡 작품 곳곳에서 묻어났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다시 보름'이었다.

달이 한 번의 순환 주기를 거쳐 다시 보름으로 차오를 때 김주원은 무대 위에서 홀로 조명을 받으며 인생의 이유와 의미를 표현했다.

달이 차오르니 소원을 빌면 이뤄질 거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드뷔시의 '달빛'을 연주했다.

극이 끝나갈 무렵 흰색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선 가수 정미조(72)의 '귀로'도 인상 깊었다.

정미조는 37년간 공백을 딛고 2016년 이 곡을 발표하며 다시 무대에 돌아왔다.

김주원이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년 전 듣고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어린 시절의 그 꿈을 꾸고 있다는 것으로 들렸다"고 밝힌 곡이다.

전날 밤에 이어 27일 오후에도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오는 28일 오후 5시에 한 차례 더 공연한다.

통영 봄밤 적신 '디어 루나'…한예리·김주원 듀오 빛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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