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독집음반 '플레이풀' 발매
네 곡에 한국적 색채 담아내
첼로와 바이올린 선율이 뒤엉킨다. 첼로에선 묵직한 저음대신 고음과 저음이 섞인 선율이 흐른다. 빠른 박자로 기교를 부리더니 바이올린 선율과 부딪힌다. 반박자 빠르게 합주가 이어지다 순간 멎는다. 숨을 고르듯 화음이 늘어지다 다시금 현과 활이 날카롭게 부딪힌다. 지난 22일 서울 풍월당에서 작곡가 김택수가 청음회를 열고 선보인 '빨리빨리'의 한 구절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와 첼리스트 문태국이 22일 풍월당에서 김택수의 '빨리 빨리'를 연주하고 있다.  크라이스클래식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와 첼리스트 문태국이 22일 풍월당에서 김택수의 '빨리 빨리'를 연주하고 있다. 크라이스클래식 제공

작곡가 김택수가 25일 독집 음반 '플레이풀'을 크라이스클래식을 통해 내놓는다. 음반에는 실린 곡들이 심상치 않다. 김택수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듀오곡 ‘소나타 아마빌레', 바이올린과 첼로 2중주곡 ‘빨리 빨리’, 바이올린 두 대로 풀어낸 ‘잊혀진 깽깽이 주자들을 위한 오마주’, 피아노 독주곡인 ‘바흐 주제에 의한 300+마이크로 변주곡’ 등을 실었다.

청음회에서 김택수는 "맛있게 매운 음반이다. 재미를 중심에 두고 곡을 썼다. 연주자들도 이 감정을 함께 공감하길 원했다"며 "기존 방식과 달라 연주가 어려울 수 있지만, 즐기면서 연주하게끔 작곡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구성이 독특하다. '빨리 빨리'에선 국악의 산조를 차용했고, 소나타 아마빌레에선 악장별로 기생과 어머니, 무당 등 한국 전통 여성상을 주제로 삼았다. 김택수는 한국적인 요소를 반영하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곡을 부탁할 때 원하는 바가 있기도 하다. 바로 한국적인 색채를 넣어달라는 것"이라며 "리듬을 바꿔가고, 곡을 전개하는 과정에서도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만의 정서를 녹여냈다"고 말했다.
작곡가 김택수(왼쪽)와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22일 풍월당에서 열림 청음회를 통해 김택수의 새 음반 '플레이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크라이스클래식 제공

작곡가 김택수(왼쪽)와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22일 풍월당에서 열림 청음회를 통해 김택수의 새 음반 '플레이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크라이스클래식 제공

김택수는 서울 과학고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화학도'였다.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 나가서 은메달까지 수상했다. 음악으로 진로를 바꿔 음대를 다시 입학했다. 화학과 음악의 연관성을 묻자 그는 “화학도 물질을 분해하고 새로운 결합물을 내놓는 학문이다. 음악도 비슷하다. 수학처럼 딱 떨어지는 공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레고를 조립하듯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다”고 했다.

김택수는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작곡 공부를 이어갔다. 현재는 샌디에이고주립대 음악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수많은 악단들이 그에게 곡을 맡겼다. 뉴욕필하모닉에 이어 LA필하모닉도 그의 곡을 연주한다.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손열음,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발레리나 김주원 등이 내놓은 음반에 편곡자로 참여한 이력도 갖췄다.

이번엔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음반을 선보였다. 현대음악 작곡가들은 대체로 독집음반을 내놓지 않는다. 악단이나 공연단체에서 작곡가를 위촉해 한 두 곡씩 써낸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김택수가 음반을 내는 데에 일조했다. 김정원이 연주 대신 제작자로 나선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과 김계희,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첼리스트 문태국이 녹음에 참여했다.

김정원은 이날 "현대음악에는 늘 관심이 있었다. 연주자 신분이지만 좋은 곡들을 선별해 청중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며 "청자 입장에서 음반 제작에 참여하려 피아니스트도 따로 섭외했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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