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읽기 딱 좋은 '집콕' 시대…아동서부터 어른 동화까지 '봇물'
동화와 그림책의 출간 종수 및 판매량이 최근 1년여간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이 책을 접할 기회가 잦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2월 출간된 유아 도서는 643종으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같은 기간(546권)에 비해 15%가량 늘어났다. 판매량도 유아 도서는 10.2%, 아동서는 27.6% 증가했다.

주요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최근 아동 서적의 약진이 돋보인다.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흔한 남매’의 일곱 번째 이야기인 《흔한남매7》(미래앤아이세움)은 3월 셋째주 교보문고와 예스24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어린이 판타지 동화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10》(길벗스쿨)도 예스24에서 종합 5위를 차지했다.

동화 수요가 커지면서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를 겪는 성인들을 위한 맞춤형 동화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이 대표적이다. 지난주까지 주요 서점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재탈환하는 등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넘게 판매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치고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성인들이 꿈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뭉클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읽으며 웃고 울었다는 후기들이 이어지면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조명받고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경상도 버전으로 바꿔놓은 《애린왕자》도 성인동화라는 콘셉트에 힘입어 주목받고 있다. 읽는 재미는 물론 지역적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반응이 많다. 포항 지역 출판사인 ‘이팝’이 실험적 성격으로 초판 300부만 출간했던 이 책은 증쇄 요청이 이어지면서 지난주 교보문고 해외문학 12위에 올랐다.

아예 어른 동화 콘셉트로 출간한 책들도 나오고 있다. 문학세계사는 《어른을 위한 이솝우화 전집》을 내놨다. 우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재미있는 교훈집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성인을 위한 처세의 보고임을 보여준다. 2012년 발표한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가 16만 부 넘게 팔린 스타 시인 박준은 첫 시·그림책 《우리는 안녕》(난다)을 내놨다. 4~8세용 그림책이지만 그 옆에 ‘어른도 함께 읽는 책’이라고 써붙여 성인 독자들을 겨냥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팍팍한 삶 속에서 책을 통해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의 여유와 안정을 얻으려는 어른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