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브레이브걸스, 역주행으로 해체 위기 딛고 전성기
온라인 환경 확대 속 주목 받는 알고리즘의 힘
TV 미디어로의 진출 확장까지 이뤄내
음원차트 역주행은 신곡 감소 영향 거론되기도
그룹 브레이브걸스 /사진=변성현 기자

그룹 브레이브걸스 /사진=변성현 기자

"해체 직전이었어요. '난 정말 운이 없나보다'라고 생각했어요. 가수가 아닌 다른 일을 찾기도 했죠. 친한 언니들이랑 같이 옷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준비하고 있었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멤버도 있었죠. 근데 하룻밤 사이에 차트 역주행에 1위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어요. 역주행의 힘이 정말 크더라고요. 어안이 벙벙했는데 이제야 조금씩 정신이 번쩍 들어요."
지난해 8월 발매한 앨범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 두드러진 성과를 낸 적이 없었기에 활동을 이어가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숙소에서 짐을 뺐다. 해체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가요계에서 브레이브걸스라는 이름은 그대로 잊히는 듯 했다. 알고리즘의 힘이 역주행의 기적이라는 짜릿한 반전을 가져오기 전까지 말이다.

브레이브걸스가 2017년 발매한 '롤린(Rollin)'이 최근 음원차트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음악방송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아이유, 로제, 샤이니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의 신곡들을 전부 넘어선 결과였다. 발매한지 4년이나 된 곡이 뒤늦게 빛을 보며 팀은 해체 위기를 싹 씻고 최대 전성기를 누리게 됐다.

그간 가요계에서 차트 역주행 사례는 종종 있었다. 한 행사장에서 찍힌 하니의 '위아래' 직캠 영상이 화제가 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룹 EXID, 비가 내려 미끄러운 무대 위에서 수차례 넘어지면서도 공연을 마친 '꽈당' 영상이 재조명되며 역주행 신화를 쓴 여자친구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일 1깡'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일종의 밈(Meme, 온라인에서 말이나 사진, 영상 등을 재가공하며 즐기는 놀이문화) 형식으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비의 '깡'도 빼놓을 수 없다.

브레이브걸스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을 '군인픽'에서 '대중픽'으로 만들어준 온라인 상의 '화력'에 놀랐다고 했다. 실로 '롤린'의 기적은 지지층의 뜨거운 반응이 뒤따랐기에 가능했다. 과정은 이랬다. 무대를 교차편집한 영상에 사람들이 남긴 댓글을 함께 보여주는 유튜브의 댓글 모음 채널 비디터에서 '롤린'을 대상으로 영상을 만들어 게시했고, 군인들 사이에서 톱급 인기를 누리고 있던 브레이브걸스를 응원하는 이들이 몰리면서 폭발적인 파급력이 생겨났다.

활동이 많지 않아 무대가 간절했을 당시, 브레이브걸스는 꾸준히 군부대로 위문공연을 다녔다. 그 덕에 군인들 사이에서는 진작에 '밀보드 차트(밀리터리 차트)' 1위 가수가 브레이브걸스였고, '롤린'은 선임이 후임에게 인수인계해주는 노래로 알려져 있었다.

군 시절 이들과의 추억을 간직한 네티즌들을 시작으로 "이제는 우리가 브레이브걸스를 도와주자"는 여론이 급속도로 힘을 얻었다. 댓글로 군번을 적으며 인수인계를 하는 진풍경이 그려졌고, '롤린'은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삽시간에 다수의 대중에 닿았다. 그간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두터운 지지층이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화력이 생겨났다는 점에서 기존 역주행 사례들이 갖는 '발견'의 의미와는 다소 결이 달랐다.

이러한 서사 때문에 '롤린'의 역주행은 업계에서도 더 '별종'으로 여겨진다. 앞서 EXID, 여자친구가 직캠 영상으로 관심을 받고 스타덤에 올랐을 때만 해도 역주행의 기적은 순전히 운으로만 여겨졌다. '어쩌다 발견한 가수'의 의미가 컸기에 당시 일각에서는 화제가 될만한 영상을 직접 기획해 찍어야하는지 고민하기도 했다. 브레이브걸스의 사례도 운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 우물을 판 가수의 끈기와 기회를 놓치지 않은 팬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유튜브 알고리즘에 올라탄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음원차트 순위에 영향을 주더니 이내 TV 미디어로 영역을 확장했다. 온라인 상에서 인기가 오르자 방송가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트렌드를 이끄는 축이 조금씩 유튜브 및 SNS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환경의 변화를 나타낸다. 음악방송 및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여전히 가수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인적·물적 공세를 퍼부어야만 했던 기존의 엔터 '성공 방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에서 순서의 역전을 이뤄냈다는 점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소형 기획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공연이 없어지니 모든 팀이 음악방송으로 몰려 경쟁도 치열해지고, 투자까지 위축돼 해체를 고민하는 곳들도 있다"면서 "그런데 브레이브걸스를 보면서 '버티면 결국 승리한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흔치 않은 경우지만 '만에 하나'라는 심정이 생겨난 거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면서 인지도를 높이거나 틱톡 챌린지 등으로 이슈가 되는 게 또 하나의 방법론이 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브레이브걸스 외에도 아이유가 2011년 발표한 '내 손을 잡아' 역시 콘서트 영상이 SNS 상에서 공유되며 인기를 끌다가 음원차트에서 역주행하고 있는 중이다. 차트 역주행 현상 자체만으로는 신곡의 감소가 거론되기도 한다. 신곡에 대한 리스너들의 갈증이 있는 상황에서 이전에 발표된 곡들이 마치 신곡처럼 신선하게 작용하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

가온차트에 따르면 2월 음원 이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5%, 2019년 대비 30.6% 감소했다. 신규 음원은 직전달에 비해 20곡 감소했다. 음원 이용량과 신곡이 동시에 크게 줄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음악 시장에 이렇다 할 대장 음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유튜브를 비롯한 SNS가 음원 차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가수들의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비대면 콘텐츠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뉴미디어가 TV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보다 소비자를 만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미디어 간 시청자 노출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도 역주행 음원이 많아진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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