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웨스틴조선호텔 ‘플러피 클라우드'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플러피 클라우드'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행복감에 푹 빠진다. 단 몇 초면 된다. 디저트는 누구에게나 ‘달콤함’을 선물한다.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부터 고소하고 쫀득한 맛까지. 디저트마다 재료와 모양, 맛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어떤 형태로든 달콤한 느낌이 깃들어 있다. 일상을 달콤하게 하는 데 이만 한 ‘단축키’가 또 있을까.

요즘 거리 곳곳에는 디저트 가게가 즐비하다. 케이크와 빵, 초콜릿, 마카롱은 기본이다. 카눌레, 비에누아즈, 피낭시에, 밀푀유, 크림브륄레 등 발음하기 어려운 외국 디저트도 쉽게 볼 수 있다. 디저트 배를 따로 달고 사는 ‘디저트 마니아’가 많아지면서 나타난 변화다. 과거 왕과 귀족만 즐기던 디저트는 19세기를 거치면서 대중의 일상에 녹아들었다.

식품·외식업계에선 국내 디저트 시장 규모를 6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디저트가 식사 맨 마지막 순서의 입가심용이던 시절은 옛날이다. 손바닥만 한 디저트 하나가 1만원을 훌쩍 넘는다. 밥 한 끼보다 비싸다는 그 디저트를 맛보려고 줄지어 기다리기도 한다.
아예 밥 대신 디저트를 먹는 이도 많다. 한 끼로 손색없을 정도의 영양소를 고루 갖춘 빵류가 늘어나는 것은 이런 추세가 반영돼서다. 설탕은 발효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만 첨가한 케이크, 곡물로 만든 식사빵이 유행이다.

어디 맛만 좋은가. 눈 호강도 되는 디저트가 수두룩하다.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먹기 아까워 ‘찰칵’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예쁜 걸 내가 먹다니. 진열된 디저트를 보면 ‘보석을 고르는 기분’이 든다.

1시간 넘게 오롯이 디저트에 집중할 기회도 있다. 가벼운 디저트로 입맛을 돋운 뒤 메인 디저트를 먹는 ‘디저트 코스’가 대표적이다. 10가지가 넘는 디저트를 3단 트레이로 즐기는 ‘디저트 애프터눈 티 세트’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후 디저트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7만원대 호텔 케이크는 연일 완판이다. 푸드콘텐츠디렉터 김혜준 씨(40)는 “특별한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 사이에선 고급 디저트를 먹으며 ‘작은 사치’를 누리는 게 트렌드”라고 했다.

“도대체 디저트의 매력이 뭐냐”고 묻는다면 단숨에 대답할 수 있다. ‘꽉 닫힌’ 해피엔딩이라고. 디저트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한다. 단맛은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이른바 ‘행복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향정신성 의약품과 맞먹는 정신적 만족감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힘들고 지칠 때 달달한 디저트를 먹으며 스트레스를 푼 기억이 있지 않은가. 기분 좋은 순간에 디저트로 꿀맛 같은 하루를 보낸 경험도. 세계적으로 디저트에 대한 열기가 이어지는 이유다. 오늘도 그 달콤한 매력을 느끼기 위해 디저트를 찾는다. 아, 달콤한 하루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