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이어 1년 만에 오스카 영광 재현할까

감독·각본·음악상 등 6개 부문
스티븐 연도 남우주연상 후보에
시상식은 다음달 25일

다른 듯 닮은 두 가족 영화
한국적인 것에 세계가 공감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된 윤여정.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된 윤여정.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고 영예인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미나리는 15일 아카데미 시상식 홈페이지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된 최종 후보작 발표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의 후보로 지명됐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것과 같은 상황이다. 미나리는 앞서 미국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에서 총 91관왕에 올랐다. 내달 25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기생충 이후 1년 만에 오스카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스카 향한 마지막 여정 시작됐다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정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이주한 제이콥(스티븐 연 분)과 모니카(한예리 분)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날 후보작 발표에 앞서 오스카 예측 전문 사이트 ‘골드더비’는 이 작품이 총 8개 부문 후보에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상은 단연 작품상이다.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작품상을 차지할 수 있을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미나리는 ‘더 파더’ ‘노매드랜드’ ‘맹크’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여우조연상 등 연기상 수상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생충은 지난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총 4관왕을 차지했지만 연기상은 받지 못했다. 이번엔 특히 배우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수상할 경우 한국 배우 중에선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을 받게 된다. 74세의 나이에 올해로 데뷔 55주년을 맞은 윤여정은 미나리로 이미 30관왕을 차지했다.

윤여정이 연기한 순자 캐릭터는 한국 할머니의 특성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순자가 손자에게 화투를 가르쳐주고 욕도 시원하게 하는 모습은 정겨우면서도 독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가장 큰 경쟁자로는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이 꼽히고 있다.

가족을 위해 뭔가를 해내고 싶어 하는 가장 제이콥을 섬세하게 연기한 스티븐 연(38)의 남우주연상 수상에 대한 기대도 높다. 그는 더 파더의 앤서니 홉킨스, 맹크의 게리 올드먼 등 선이 굵은 세계적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후보에 올랐다.
‘기생충’처럼 메타포의 향연
해외 매체들은 미나리가 기생충 못지않은 수작이라는 평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데드라인할리우드데일리는 “기생충에 이어 오스카에서 주목할 작품”으로 꼽았다. 두 작품은 색깔 자체가 전혀 다르다. 하지만 해외 평단과 관객들은 두 작품의 ‘다른 듯 비슷한’ 점에 열띤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두 영화는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지극히 한국적 소재를 활용했다. 기생충엔 ‘반지하’라는 한국만의 특수한 공간과 ‘짜파구리’ 등 한국 사람만 아는 음식이 나온다. 미나리도 마찬가지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미나리와 고춧가루 등이 나온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설정이지만 한국 가정의 모습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른 영화에 비해 유독 ‘메타포(은유)’가 강하게 흐르는 점도 비슷하다. 기생충은 계단, 냄새 등으로 빈부 격차와 계급 문제를 드러냈다. 미나리는 다양한 메타포를 활용해 이민자의 끈질긴 생명력을 강조한다.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 연약해 보여도 힘차게 뛰는 아이의 심장, 척박한 땅 위에 흐르는 물 등이다.

두 작품에 모두 샤머니즘적 요소가 들어간 점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기생충엔 커다란 수석이 기택(송강호 분)의 집에 온 순간부터 새로운 사건이 시작된다. 미나리엔 교회 이야기도 나오지만 중간중간 샤머니즘적 요소가 가미됐다.

한편 한국계 미국인인 에릭 오 감독이 만든 ‘오페라’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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