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최원휘가 코로나19가 휩쓴 지난해를 복기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그는 '꿈의 무대'인 뉴욕 메트오페라 극장에서 데뷔무대를 가졌다. 예술의전당 제공

테너 최원휘가 코로나19가 휩쓴 지난해를 복기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그는 '꿈의 무대'인 뉴욕 메트오페라 극장에서 데뷔무대를 가졌다. 예술의전당 제공

"음악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죠. 코로나19가 터지고 3개월은 불안했어요. 고민끝에 깨달았죠. 저는 성악가니깐 노래로 아픔을 나눠야 한다는 사실을요."

테너 최원휘(사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쓴 지난해를 이렇게 돌이켰다. 그에겐 평생을 매달렸던 음악이 무엇인지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그는 예술을 이렇게 정의했다. "예술은 결국 인생을 반영하는 도구란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 아픔, 희망 모든 게 담겨있죠. 우리가 잊고 살던 일상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수단입니다."

최원휘는 뉴욕 메네스 음대에서 석사학위와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치고 2013년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로 데뷔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독일과 스웨덴, 크로아티아 등 국경을 넘나들며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 2017년 '꿈의 무대'인 뉴욕 메트오페라와 프리랜서 성악가로 계약했다. 주로 주역의 대체 멤버로 활약하다 지난해 2월 주역으로 서게 됐다.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역. 통상 백인 남성에게 배정됐던 주역을 동양인 테너가 따낸 건 이례적이었다. 그는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등 티켓 파워를 갖춘 성악가에게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견디면서 연습하니 기회가 주어졌다. 주역 발표가 났을 때는 꿈을 이뤘다는 생각에 행복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성악가로 도약할 시점이었다. 하지만 주역 데뷔 후 코로나19가 퍼졌다. 아쉬움이 클 법도 했다. 그는 "스타 성악가가 되려 앞만 보고 달려왔다. 코로나19가 되레 성찰의 시간을 줬다"며 "큰 무대, 작은 무대가 아니라 세상이 변하면 예술인은 뭘 할 수 있을 지를 진지하게 생각했던 계기"라고 말했다.

테너 최원휘가 청중들에게 봄을 일깨워주려 무대에 오른다. 오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콘서트 '봄을 여는 소리'를 통해서다. 공연에는 그를 비롯해 소프라노 임세경, 소프라노 이명주, 테너 정호윤, 바리톤 김기훈, 바리톤 이응광 등 내로라하는 성악가들이 공연에 나선다.
테너 최원휘가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음악회 '봄을 여는 소리'에 나선다. 예술의전당 제공

테너 최원휘가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음악회 '봄을 여는 소리'에 나선다. 예술의전당 제공

성악가들은 이날 프라임필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 김광현) 반주에 맞춰 오페라 주요 대목을 번갈아 열창한다. 주세페 베르디의 '운명의 힘' 중 '평화를 주세요, 신이시여'나, 샤를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나오는 '일어나거라 태양이여' 등이다.
최원휘는 주요 대목만 잘라서 들려주는 갈라 콘서트지만 감동을 받을 거라고 장담했다. 그는 "다른 언어로 노래를 부르지만 듣다 보면 성악가의 진심에 공감할 것"이라며 "배경지식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공연장에서 울려퍼지는 깊은 울림에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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