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그날 온천에는 - 김소형(1984~)
물의 허락을 받는 건 어려운 일

벗은 몸을 가리지 않고 떠 있는
안개와 소나무

온몸을 적시는 잠에 둘러싸여

거품과 거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곁에는 수많은 난파선이 맴돌고

미완성의 진흙은
뼈 줍는 꿈을
속닥이며 가라앉고 있었다

-시집 《ㅅㅜㅍ》(문학과지성사)中

몇 년 전 여행을 가서 숙소에 딸린 노천온천에 몸을 담갔습니다. 겨울밤 공기는 뺨이 얼어붙도록 차갑고 물속은 따뜻했지요. 적막 속에 안개가 피어오르고,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현실에서의 근심 걱정은 잠시 잊었어요. 자연이 주는 평온함이 있고 자연 속에서 회복되는 몸과 마음이 있지요. 눈을 감고 안개와 소나무와 물과 나만이 있는 온천이 그려지는 시 안으로 잠시 여행을 떠나봅니다.

주민현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