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용료 수십억 체불까지…소리바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음원 유통기업 소리바다가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음원 사용료마저 제대로 지불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최신곡 업데이트도 멈췄다. 자회사 직원들의 퇴직금 및 급여마저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최강자에서 음원 사용료 체불까지 '영욕의 20년'

소리바다는 1998년 탄생하자마자 단숨에 국내 최대 음원 공유 서비스로 등극했다. 6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들이 P2P를 통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MP3 파일을 서로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음반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고, 음반사들과의 소송전이 벌어졌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소송이 격화되고 음원 저작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 같은 '무료 공유' 형식의 서비스는 막을 내렸다.

2007년 이후 소리바다는 유료 스트리밍 및 음원 다운로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멜론과 지니 등 경쟁자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부분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영업적자 폭도 계속 커지고 있다. 2017년 30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2018년 43억원, 2019년 48억원, 지난해에는 76억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2018년 276억원이었던 자기자본은 지난해 연말 기준 85억원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현재 소리바다에서는 올 들어 공개된 최신곡들 중 상당수를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수십억원 상당의 음원사용료를 체불해 신규 음원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소리바다 자회사 직원들은 퇴직금 및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리바다 "올해 흑자전환하겠다"지만...

소리바다가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리종목 지정 후에도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5년 연속)하거나 법인세차감전손실 비중이 자기자본의 50%를 넘는 것이 상장폐지 요건이라서다.

소리바다 측은 경영난이 음원 단가 상승에서 비롯됐으며 비용구조의 혁신과 사업방향 변화 등 체질개선을 통해 올해 흑자전환을 성공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소리바다는 공시에서 "음원 원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판매 단가는 변동이 없어 콘텐츠 매출의 원가율 상승으로 인해 영업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임금이 체불된 자회사 직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경영난은 소리바다의 무분별하고 불투명한 사업 진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지난해 소리바다는 와이제이코퍼레이션, 엠플러스에프엔씨와 3자간 계약을 통해 66억원 상당의 마스크를 공급하기로 했으나 연말 계약이 해지됐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