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골딘-마이크 마리아타산 '위험한 나비효과'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나비 한 마리의 단순한 날갯짓이 멀리 떨어진 곳의 허리케인을 일으킨다는 이론이다.

사소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유다.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60년대 초에 고안한 이 개념은 이후 카오스(chaos) 이론의 토대가 됐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이언 골딘 영국 옥스퍼드대학 교수는 이 자연과학 개념을 경제학과 사회학에 적용했다.

21세기 세계가 매우 긴밀하게 상호연결되고 복잡하게 상호의존한 결과 야기하는 부정적 외부효과인 '위험한 나비효과(butterfly defect)'이다.

그는 마이크 마리아타산 벨기에 뢰번 가톨릭대 재무금융학 부교수와 함께 이 용어를 제목으로 한 책을 내놨다.

작은 충격이 어떻게 시스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까?
정보기술 혁신과 정치·경제적 개방성의 증가로 21세기 세계는 연결성과 시스템 통합의 측면에서 비약적 진보를 이룩했다.

그 덕분에 거의 모든 나라의 소득과 교육, 생활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현재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2007~2008년 세계금융 위기에서 보듯, 고도로 상호연결된 세계는 그만큼 구조적 위험에 더 취약해지고 불안정해졌다.

이제는 사소한 국지적 사건도 그 여파가 국경을 넘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 지구촌 모든 구성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저자들은 연결성과 복잡성이 고도로 증가한 현재의 세계는 '복잡계'와 같아졌으며 '체계적 위험'이 불가피해졌다고 진단한다.

일반적 위험이 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적 인과 관계로 그 부분만 붕괴하는 것이라면, 체계적 위험은 한 기점에서 발생한 문제가 모든 지점에 영향을 파급시킴으로써 시스템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일종의 공유 충격이다.

전통적 위험관리 이론에서 '위험'은 정량화가 가능하고 예상 또한 가능한 의사결정 상황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글로벌 연결성과 복잡성이 증가한 21세기 세계에서 발생하는 체계적 위험은 한동안 잠복해 있다가 갑자기 맹렬하게 나타나고, 빈도가 낮은 대신에 영향력이 막대하며, 인과관계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한 개인이 마스크를 사재기하고, 항생제를 남용하고, 물고기를 남획하는 행위가 공중보건을 위태롭게 하고 항생제 내성을 키우며 어업 생태계를 파괴하듯, 우리의 사소한 개별적 행위들이 글로벌 복잡계에서 직간접으로 연결된 수많은 사람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저자들은 코로나19를 비롯해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험들이 본질적으로 글로벌 시스템의 산물이라고 규정한다.

이 위험들이 21세기 초연결 사회, 세계화 시대의 고질적 특징이라고 파악한 이번 신간은 '금융 위'험, '서플라이 체인 위험', '사회 인프라 위험', '환경 위험', '팬데믹 위험', '불평등 위험' 등 6가지의 체계적 위험을 밝히고 문제의 진단과 함께 그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실천적 지침도 제공한다.

예컨대 '팬데믹 위험'의 경우, 세계화에 의한 연결성과 통합의 증가는 질병의 발생과 확산도 촉진한다.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몇 번의 비행만 거치면 전염병은 전 세계로 퍼지기에 충분하다.

21세기에 들어서만 세계는 사스, 조류 인플루엔자, 돼지 인플루엔자, 에볼라 바이러스, 코로나19 등 다섯 차례의 주요 팬데믹에 직면했다.

팬데믹은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으니 '조기 탐지'와 '조기 대응'을 할 수 있는 글로벌 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불평등 위험' 위험도 심각하다.

저자들은 세계화는 경제성장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빈곤을 감소시켰지만, 국가 내의 불평등과 국가 간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자본 수익률과 전문직 노동자의 임금은 빠르게 증가했지만, 단순직 노동자의 임금은 정체됐다.

부유한 나라들과 신흥 경제국을 비교하더라도 21세기 첫 10년간 소득 격차가 1850년 무렵의 격차보다 더 크다.

골딘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체계적 위험을 방치하는 전략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극복하고, 좀 더 회복탄력성 있고 포용적인 세계화를 촉진하고자 한다"면서 "금융위기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세계화의 '위험한 나비효과'가 제기하는 체계적 위험을 다룰 체계적 대응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은경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412쪽. 1만9천800원.
작은 충격이 어떻게 시스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