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함양 여행

남명매·원정매…수백년 된 매화나무
이른 봄부터 우아한 자태 뽐내

산청 동의보감촌에선 한방 족욕 '힐링'
질병 막는 먹거리·약재 쇼핑도
花사해지는 남도로 봄 마중 가볼까

남도 산청에 꽃이 피었습니다. 고작 매화나무 몇 그루에 꽃이 피었을 뿐인데 이토록 감격스러운 것은 코로나19의 겨울이 조금씩 물러나는 징표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직 꽃봉오리도 벙글어지지 않았지만 조금 지나면 온 천지에 화사하게 꽃 사태가 날 겁니다. 꽃 보러 떠나는 여행이 일상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남도의 꽃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선비의 풍모 닮은 남명매·원정매
花사해지는 남도로 봄 마중 가볼까

국내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는 경남 양산의 통도사 홍매화가 입춘 하루 전날인 지난달 2일 꽃망울을 활짝 터트렸다. 이후 날씨가 변덕을 부려 남도에서는 더 이상 꽃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춘래불사춘인가 싶어 서울로 다시 발길을 돌리다가 산청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청군 시천면에 있는 남명매는 450여 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매화나무다. 유학의 대가였던 남명 조식 선생이 후학 양성을 위해 세운 산천재에 직접 심은 나무다. 유학자의 강당이나 집에 매화나무가 많은 것은 매화가 선비의 풍모를 닮았기 때문이다. 매화는 세상 사람들의 찬사를 구걸하지 않고 맑은 향기로 은은히 천지를 적신다. 이른 봄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 남명매의 모습이 꼭 그러하다. 화분을 탐내는 꿀벌들이 잉잉거리고 멀리 지리산 천왕봉의 웅장한 모습이 매화 위로 솟아 있다.

남명매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남사예담촌에는 남명매와 함께 ‘산청 3매’ 중 하나로 꼽히는 원정매가 있다. 수령 670년의 원정매는 고려 말 문신 하즙이 심은 매화나무다. 이미 원목은 고사돼 검은빛을 띠고 있지만 곁뿌리에서 후계목이 자라고 있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원정매는 봉우리만 열리고 아직 분홍빛 꽃이 기대만큼 활짝 피지 않았다. 남사예담촌 주차장 입구의 이씨 고택 매화만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매화가 아니어도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인 남사예담촌은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돌담길을 따라 옛집들이 정갈하게 늘어서 있다. 남사예담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코스는 부부 회화나무다. 학자수나무, 선비나무라고도 불리는 회화나무는 양반집, 궁궐, 향교 등 세력가의 집 앞에 심어졌다. 부부 회화나무는 두 나무가 서로에게 빛을 더 잘 들게 하려고 몸을 구부리며 자랐다. 이 나무 아래를 부부가 통과하면 금실 좋게 백년해로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많은 부부들이 찾는 곳이 됐다.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촬영지이기도 하다. 남사예담촌의 길들은 돌담으로 이어져 있다. 담장 거리를 거닐다 보면 꽃과 나무와 어우러진 돌담 풍경이 보인다.
○지리산의 곡선을 느낄 수 있는 지안재
花사해지는 남도로 봄 마중 가볼까

함양의 지안재는 꽃보다 아름다운 길이다. 지리산 제일문을 향해 가는 아름다운 곡선길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뽑혔다. 지리산 전체 능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공원이자 지리산 제일문을 향해 가는 드라이브 코스다.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고, 특히 야간 차량 궤적 촬영지로 유명하다.

지안재는 원래 제한치(蹄閑峙)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가파른 고갯길이 너무 험해서 말발굽도 쉬어간다는 의미에서 제한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고개 아래 지금의 조동마을에 제한역이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원래 역명은 지역의 지명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만은 거꾸로 역 이름에서 지명이 유래했다고 한다.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에서 함양읍 구룡리로 이어지는 지방도로에 자리한 고갯길은 함양 쪽에서는 ‘오도재’라 부르고 다른 지역에서는 ‘지안재’라 부른다. 원래는 오도재 아래의 구불구불한 구간을 지안재로 따로 구분해 불렀으나, 요즘은 고개 전체를 오도재라고 부른다. 옛날 내륙 사람들이 남해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하려면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야 했는데, 이때 반드시 넘어야 했던 고개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봄이 무르익으면 화사한 꽃들이 피어날 곳이 바로 함양 상림이다. 무려 1100년 전 고운 최치원이 홍수를 막기 위해 조성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그런 명성을 차치하고라도 상림은 사계절 언제 가도 좋은 곳이다. 숲속에 조성돼 있는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120여 종의 나무와 꽃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여름철 숲속 나무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누우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건강과 휴식을 위한 웰니스 여행지
산청과 함양을 잇는 것은 단지 꽃만이 아니다. 건강과 휴식을 위한 여행지로도 이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웰니스관광’. 웰빙(well-being)과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한 관광을 뜻한다.

일시적으로 휴식하고, 느끼고, 먹는 단순한 힐링 여행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결합했다. 스파와 휴양, 뷰티 프로그램은 물론 생활습관 개선과 질병 예방을 위한 먹거리, 약재 등을 만날 수 있다. 산청의 ‘동의보감촌’과 함양의 ‘산삼휴양밸리’ 등을 중심으로 한방 족욕, 약초차 요법, 항노화 약선 요리 등을 체험하고 피부 건강프로그램, 스파 등을 즐길 수 있다.

산청·함양=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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