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명작 유레카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그네'

언뜻 보면 목가적 풍경화지만
알고보면 불륜의 한 장면
몰락 직전 프랑스 귀족의
유희적 본능·성적 욕망 고스란히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그네’, 1767, 런던 월리스 컬렉션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그네’, 1767, 런던 월리스 컬렉션

고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가 쓴 사랑의 기술은 최고의 연애 교과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떤 여자든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하라. 그런 다음 낚시를 던지면 분명 여자를 낚을 수 있다’ ‘구애하는 남자에게 너무 쉽게 바로 약속하지 마라. 가끔 거절을 하라. 거절을 당하면 욕구가 더 강해진다’ 등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는 기술과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을 구체적으로 꼭 집어서 가르쳐준다.

미술에서도 사랑의 기술에 버금가는 연애 기술을 알려주는 그림이 존재한다. 18세기 프랑스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1732~1806)의 걸작 ‘그네’다. 1767년, 프랑스의 생 줄리앙 남작이 프라고나르에게 의뢰한 이 작품은 회화의 역사에서 가장 로맨틱한 그림, 프랑스혁명 이전 귀족사회의 문화와 취향·감성이 투영된 시대적 풍속화, 로코코 회화의 완벽한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730~1770년 프랑스 파리 귀족층을 중심으로 유행한 로코코 양식은 과도한 치장과 섬세한 장식, 관능성, 유희적 분위기가 특징이다. 언뜻 보면 젊은 미녀가 정원에서 즐겁게 그네를 타는 순간을 그린 목가적 풍경화지만 숨겨진 주제는 금지된 사랑이다. 즉 로코코 버전의 불륜 막장드라마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네처럼 밀고 당기는 프랑스 귀족들의 화려한 연애기술을 살펴보자.

‘그네’에는 세 남녀가 등장하며 각각의 배역은 다음과 같다. 화면 중심의 그네를 타는 젊은 미녀는 바람둥이 아내 역, 오른쪽의 조종 끈이 달린 그네 밧줄을 손에 쥔 노인은 농락당하는 남편 역, 왼쪽의 꽃덤불에 숨어 황홀한 눈빛으로 여자의 치마 속을 훔쳐보는 젊은 남자는 애인 역을 맡았다. 프라고나르는 이들이 삼각관계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세 남녀를 삼각형 구도에 배치했다. 삼각형 밑변의 양쪽 꼭짓점에 늙은 남편과 젊은 애인, 위쪽 꼭짓점에 그네 타는 여자를 배치해 미녀를 소유하려는 수컷들의 치열한 구애 경쟁을 강조했다.

그림에서 두 젊은 남녀가 노인을 속이고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몇 가지 증거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여자가 입은 주름 장식의 장밋빛 드레스와 젊은 남자의 양복에 꽂힌 꽃 한 송이는 닮은꼴이다. 둘은 사랑을 나누는 연인 관계라는 뜻이다. 다음은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연인들의 자세와 동작이다. 여자는 왼쪽 다리를 앞으로 힘껏 뻗어 보석으로 장식된 화려한 신발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18세기 프랑스에서 신발을 벗은 여성의 발은 밖으로 드러내선 안 되는 은밀한 부위를 의미했고, 날아가는 신발은 퇴폐의 상징이었다.

 에티엔-모리스 팔코네, ‘위험한 사랑’, 1757

에티엔-모리스 팔코네, ‘위험한 사랑’, 1757

여자가 신발을 허공으로 던져 올린 행동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미녀는 유혹의 기술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연애의 달인이라는 것. 여자의 눈빛, 얼굴의 미소, 머리의 기울기, 벌어진 다리의 각도는 사랑 놀음을 더 강하게 자극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다. 둘째, 여자가 이미 애인에게 몸을 허락했다는 뜻이다. 젊은 남자도 여자 못지않은 연애 고수다. 그는 꽃덤불 속에 숨어 애인의 치마 속을 훔쳐보며 성적 충동으로 흥분돼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애인의 치마 속을 겨냥해 뻗은 남자의 왼팔은 남성의 흥분된 성기를 상징한다. ‘그네’를 연구·분석한 학자인 클라이브 하트와 케이 스티븐슨 콜의 해석에 따르면 앞뒤로 움직이는 그네와 남자의 뻗은 왼팔은 ‘성교의 위장된 표현’이다.

불륜의 세 번째 증거는 음모에 가담해 조연 역할을 맡은 정원의 두 조각상이다. 화면 왼쪽의 큐피드 조각상은 18세기 프랑스 조각가 에티엔-모리스 팔코네의 가장 유명한 조각 중 하나인 ‘위험한 사랑’이다. 사랑의 신은 정원에서 벌어지는 젊은 연인들의 낯 뜨거운 연애 행각이 남편에게 발각되지 않게 비밀을 지켜달라는 뜻으로 ‘쉿’ 하며 손가락을 입에 대고 있다. 비너스를 상징하는 바다의 돌고래를 타고 있으며 푸티(Putti)라고 불리는 오른쪽의 아기천사 조각상도 사랑의 모험이라는 관능적 주제를 강조하는 연출물이다.

남편과 애인 사이에서 은밀한 밀당…佛 귀족의 위험한 사랑

프랑스혁명으로 특권층이 몰락하기 직전, 사치와 향락에 빠진 귀족사회의 유희적 본능과 성적 충동, 연애기술을 화려하고 경박한 로코코 풍으로 녹여낸 ‘그네’는 시각예술, 패션, 영화, 대중문화에 많은 영감을 줬다. 대표적으로 영국 설치작가 잉카 쇼니바레의 2001년 작품 ‘그네(프라고나르 이후)’,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과 ‘라푼젤’이 꼽힌다.

이명옥 < 사비나미술관 관장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