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편견의 이유'

사회 현상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차별과 혐오에 관해 정치학 및 행동과학의 관점에서 각각 분석한 책들이 출간됐다.

네덜란드 출신 정치학자인 카스 무데 미국 조지아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위즈덤하우스)에서 역사와 이념 등 10가지 키워드로 극우의 본질을 말한다.

그는 25년간 극우에 대해 연구해왔다.

책은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의 당선을 언급하며 수십 년간 비주류였던 극우 세력이 뜨고 있다고 말한다.

유럽에서도 극우 정당들이 지지 세력을 넓힌다며 21세기에 우익포퓰리즘이 주류 정치세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 언론과 정치를 중심으로 반유대주의, 역사수정주의, 인종차별주의 등 혐오 정서가 퍼져나가면서 우익포퓰리즘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저자는 극우 정당은 중앙집권화돼 있고 지도자 중심적인 조직 구조를 가진다고 말한다.

미디어가 2000년 이후 극우를 이끄는 핵심 조직이 됐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우익 언론 웹사이트, 블로그 등에서 범죄와 부패, 이민 등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해 지지자를 선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극우의 주요 활동으로는 선거와 시위, 폭력을 든다.

특히 폭력은 과거에는 극우 운동과 관련 있는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의 영역이었지만, 최근에는 계획적이고 치명적인 테러의 형태가 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극우 무장단체는 테러 등 정치적 폭력을 저지르기 쉽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물론 저자는 유럽의 극우 정당들이 운영하는 무장 단체가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다만 "무장단체의 존재만으로도 이민자와 집시 등을 공포에 떨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자유민주주의 강화를 목표로 극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유민주주의 안의 여러 이념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정치 대안을 마련하고,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일치하는지 분명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차별과 혐오에 관한 정치학자와 행동과학자의 생각
인도 출신 행동과학자 프라기야 아가왈은 '편견의 이유'(반니)에서 왜 사람들이 편견에 쉽게 빠지는지 추적하고 편견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면서 차별과 혐오의 기원을 살핀다.

저자는 편견이 생기는 원인으로 환경을 든다.

인종차별 관련 실험을 다룬 다큐멘터리 '나누어진 교실'을 소개하며 인위적으로 만든 환경이 아이들을 편견에 빠뜨려 차별주의자가 되게 했다고 지적한다.

이 실험에 따르면 한 초등학교 교사는 눈동자 색에 따라 학생들을 나누고, 갈색 눈의 사람들이 파란 눈의 사람들보다 똑똑하고 우월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갈색 눈의 아이들에게 점심시간을 더 주는 등 특권도 줬다.

이후 갈색 눈의 아이들은 파란 눈의 친구들을 멍청이라고 부르며 서로 어울리지 않았고, 파란 눈의 아이들은 주눅이 늘어 소극적으로 변해갔다는 내용이다.

편견이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진화를 든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뇌의 편도체로 편향적 반응을 한다고 말한다.

위험한 환경과 공포 속에서 이런 반응이 두드러지는데, 남들을 나와 같거나 같지 않다는 식으로 단순 범주화하면 편견이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편견이 차별과 혐오로 번진다고도 지적한다.

성별과 외모, 키, 옷차림 등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게 성차별과 외모 차별, 인종차별이라는 것이다.

또 여자들이 나이 들면서 남자들보다 더 많은 장벽에 직면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나이 든 여자는 쭈그렁 할망구로 불리는 반면, 나이 든 남자는 중후한 남성미 소리를 듣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암묵적 편향에서 벗어날 방법도 제시한다.

'남자아이들'이나 '뚱뚱한 친구들'처럼 집단 전체를 지칭하는 언어 표현을 자제하고 '그 아이는 수학을 잘해'처럼 속성을 개인화하고 구체화해 표현하라고 제안한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들여다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무의식적인 편향이 차별과 혐오의 변명이 될 수 없다고 덧붙인다.

차별과 혐오에 관한 정치학자와 행동과학자의 생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