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아버지에게 갔었어> 출간하며 6년만에 복귀
2015년 표절 사건 "낭떠러지에 선 기분이 들며 가슴 미어져. 부주의함 깊이 사과"
소설가 신경숙 "젊은 날 잘못 때문에 내 발등 찍은 쇠스랑 보는 심정으로 지냈다"

"젊은 날에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저 자신도 제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 보는 심정으로 지냈습니다. 제 작품을 함께 따라 읽어주던 독자들 앞에서 낭떠러지에 있는 기분이었어요.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과거 제 허물과 불찰을 무겁게 등에 지고 새 작품을 써나가겠습니다."

2015년 단편소설 표절 사건으로 6년동안 창작활동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갔던 신경숙 작가(58·사진)가 3일 이에 대해 다시한번 공식 사과했다.

이날 출판사 창비에서 마련한 신작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 출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신 작가는 "제 부주의함에 깊이 사과드린다"며 "(그렇지만) 작가기에 작품을 쓰는 일로 나갈 수 밖에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출간된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6년만에 내놓는 신 작가의 여덟번째 장편소설이다. 소설이 갖는 의미에 대해 그는 "지난 6년동안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던 말을 다 담고 있는 소설이자 독자 한 분 한 분에게 간절하게 전해드리는 편지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자들은 내 게 대자연같은 존재"라며 "아무래도 내가 넘어진 땅을 짚고 일어설 수 밖에 없는 일은 독자들을 위해 작품을 쓰는 것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소설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실을 통해 아버지라는 한 사람에게 가 닿게 되는 과정을 그려냈다. 시골의 오래된 집에 홀로 남은 아버지를 돌보러 가는 딸 'J시'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J시’는 나이 든 아버지와의 추억을 계기로 유년 시절과 가족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고통스런 삶을 참으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아버지의 삶과 자신의 삶을 교차해 보여주면서 그안에서 가족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소설가 신경숙 "젊은 날 잘못 때문에 내 발등 찍은 쇠스랑 보는 심정으로 지냈다"

신 작가는 "아버지를 재발견하는 소설"이라고 말했다. "전쟁을 겪은 어린시절 아버지부터 현대사의 고통을 겪은 아버지, 개인적 사연을 가진 아버지, 자식만을 생각하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썼어요. 아무런 이름없이 한 세상을 살아가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서사시이자 제 헌사입니다."

소설 속 화자 J시는 딸의 죽음을 겪으면서 부모님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신 작가는 "상실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설 속 화자와 아버지가 물가에 쓰러진 고목에 새 순이 돋아나며 살아있다는걸 봐요. 죽음과 새로 돋아나는 것이 어느 순간 안에 같이 있다는걸 알게 되는 장면이죠. 사람 역시 이와 같아요. 자기 자신의 깊은 내상을 통해 다른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서로 연결된 지점에 있음을 느끼게 되는 거죠. 그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소설가 신경숙 "젊은 날 잘못 때문에 내 발등 찍은 쇠스랑 보는 심정으로 지냈다"

2015년 이후 글쓰기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었을까. 신 작가는 "지난 6년은 30년동안 써왔던 제 글에 대한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하는 시간이자 가장 깊이 문학에 속에 있던 시간"이라며 "아무리 생각해도 문학은 제 인생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 속에 '새로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없어도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고 썼어요. 제가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글쓰기는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기에 안한다, 한다 할 수 없는 문제라는게 지금 제 마음입니다. 이전보다 더 좋은 작품을 써야한다고 스스로를 옭아매진 않겠지만 계속 글을 쓸겁니다."

신 작가는 지난 2019년 계간 창비 여름호에 중편소설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하며 표절건에 대한 '입장문'을 내놨었다. 당시 그는 "젊은날 한 순간의 방심으로 제 글쓰기에 중대한 실수가 발생했고 작가로서의 알량한 자부심이 그걸 인정한다는 것을 더디게 만들었다"고 애둘러 사과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본질적인 내용을 담은 진솔한 사과가 없었다는 당시 비판 목소리를 의식했는지 이날 신 작가의 입장 발표는 그 때보다 한 발 나아간 직접적인 사과 형식을 띄었다.

"제 마음을 어떻게 전달드릴 수 있을까 매일 그런생각을 하며 살았어요. 계속 작품을 쓰면서 독자들에게 드렸던 실망을 해소시킬 방법을 모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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