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표준계약서를 둘러싸고 정부와 출판단체들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각자 다른 표준계약서를 들고 나오면서 출판업계 혼선이 우려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3일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10종의 제·개정안을 확정고시했다. 계약기간을 저작권자와 출판사가 합의해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공란으로 뒀다. 2차 저작물 작성권은 저작권자에게 있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표준계약서를 사용해야 하는 대상 사업의 범위도 확대했다. 기존의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출판콘텐츠 창작자금 지원’ ‘우수콘텐츠 전자책 제작 활성화’ ‘오디오북 제작 지원’ 등 3개 사업을 추가했다. ‘세종도서 선정구입 지원 사업’ 등 도서구매 지원을 받기 위해서도 표준계약서를 사용해야 한다.

출판단체들은 문체부의 표준계약서 고시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한국출판인회의 등은 지난달 15일 자체적으로 만든 ‘통합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저작권자의 계약해지 요구권, 출판권 및 배타적 발행권 유효기간 10년, 전자책·오디오북의 발행과 저작권 사용료 등을 명시했다. 출협 관계자는 “출판 계약서는 정부가 간섭할 영역이 아니다”며 “표준계약서 마련 과정에서 출판 부문 10개 단체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정부 안을 수용했다는 것은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작가단체들은 일단 정부 측 표준계약서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출판단체 통합 표준계약서에서 계약 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2차 저작권을 출판사에 위임한 게 논란의 불씨가 됐다.

한국작가회의는 지난달 26일 “출판계의 표준계약서는 존속기간을 저작권자와 합의 과정 없이 10년으로 정해놓았다”며 반대성명을 냈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는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는 계약 당사자인 창작자를 배제한 채 출판계의 이해만을 대표하기 위해 작성된 부당 계약서”라며 “원저작물만이 아니라 2차 저작물의 수익까지도 출판사가 10년 이상 모두 챙기겠다는 검은 속내를 드러내는 노예계약서”라고 비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