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 단국대 교수 '트로트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출간

지난해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뜨거운 장르는 단연 트로트였다.

TV 채널마다 트로트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트로트 가수들이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을 누렸다.

그러나 트로트라는 장르를 바라보는 대중적 시선은 여전히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트로트의 뿌리에 대해서는 이른바 '왜색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신파'라는 비판도 따라붙는다.

대중음악사학자이자 '노래하는 교수'로서 근대 가요를 기록하는 작업을 해온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는 트로트에 대한 이런 오해와 낙인을 정면으로 되묻는다.

왜색? 신파?…트로트가 불편한 이들에게 내미는 편견탈출 안내서
그의 신간 '트로트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 웃음과 눈물로 우리를 위로한 노래의 역사'(따비)는 트로트의 역사를 되짚으며 '편견 탈출'을 시도한다.

"차마 트로트를 좋아한다 말하지 못했던 이들, 거세게 불고 있는 트로트 열풍에 어리둥절한 이들, 아직도 트로트를 부르는 게 불쾌한 이들에게 내미는 꼼꼼한 대답"을 자청하는 책이다.

저자는 일본의 엔카가 트로트의 뿌리라는 통념에 대해 "엔카 자체가 일본 고유의 것이 아니니 트로트의 왜색 논쟁은 그 전제부터 틀렸다"고 논박한다.

그에 따르면 1920년대 초기와 1930년대에 재즈와 여타 서양 음악 장르를 받아들여 일본화한 갈래가 1960년대 이후에 '엔카'라는 명명을 부여받는다.

일본에서 서양 음악을 받아들여 일본화하고 있을 때, 한반도에서도 서양 음악과 일본 음악을 받아들여 한국의 대중음악이 탄생한다.

일본과 한국에서 거의 동시에 출현한 새로운 형태의 대중음악이 "이후에 각각 엔카와 트로트라는 이름을 부여받아 다른 갈래로 변화 발전"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트로트가 '왜색의 노래'라는 편견에 시달리며 진지하게 다뤄지지 못한 데는 한국인의 반일 감정과 지식인 계층의 엘리트 의식이 일조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광복 이전부터 2020년대까지 트로트의 역사를 시간 흐름에 따라 살펴보며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트로트 특유의 생명력을 조명하기도 한다.

전쟁과 실향의 고통을 달래줬던 시절부터 향토적 정서와 도시 지향적 정서가 공존한 1960년대, 록·재즈 등과 접목해 변신한 1970년대 등 젊은 세대에게 낯설 수도 있는 트로트의 과거를 살펴본다.

2000년대 이후 비극적 낭만성보다 희극적 유희성을 입고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약진하고 오늘날 '미스트롯'·'미스터트롯' 등으로 새 전성기를 맞는 과정도 짚는다.

저자는 "트로트가 계속 달라진다는 것은 머무르지 않고 흐른다는 것이고, 흐른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의 박제가 아니다"라며 "변신과 포용력이 바로 트로트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360쪽. 1만7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