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선인장 - 박상률(1958~)
온몸이 가렵다
땀구멍마다 뿔이 나고 있다
선인장 가시 같은 뿔이 옷을 뚫고 나온다
내가 선인장이 되고 있나 보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온몸이 처진다
발밑엔 온통 모래가 날아와 쌓이고
비는 통 오지 않는다
―목이 탄다
나는 얼마나 더 납작하고
가늘어져야 하는가

-시집 《길에서 개손자를 만나다》
(천년의시작) 中

사람이든 식물이든 무엇인가 되고 있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어떤 몸의 감각과 느낌 속에서 자기 몸에 가시가 돋는 순간의 가려움을, 사막과 같은 환경에서의 목마름을 견뎌야 하기도 하니까요. 어떤 선인장은 긴 시간을 지나 납작하고 가는 형태로 자라납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지만, 어떤 희망이 있어 사람도 저마다 고유한 형태로 자라나고 있겠지요. 기다림 너머에서 자기만의 이름을 살게 되겠지요.

김민율 시인(2015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