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지금까지 버틸만큼 버텼다"
16일 황희 장관 관광업계 현장 간담회
22일부터 청와대 앞 단체·1인 시위 예고
여행업 생존 위한 5가지 요구사항 제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6일 관광 부문 첫 공식 일정으로 관광업계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황 장관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피해를 입은 관광업종에 대한 지원방안으로 융자지원 확대, 신속 유전자증폭검사(PCR) 도입, 트래블버블, 국제관광시장 조기획복을 위한 전담조직(TF) 설치 등을 제시했다. /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6일 관광 부문 첫 공식 일정으로 관광업계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황 장관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피해를 입은 관광업종에 대한 지원방안으로 융자지원 확대, 신속 유전자증폭검사(PCR) 도입, 트래블버블, 국제관광시장 조기획복을 위한 전담조직(TF) 설치 등을 제시했다. /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여행업계가 황희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간담회 일주일 만에 대정부 집회를 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여행업 생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는 22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생존권 확보를 위한 집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장관 간담회에서 관광업계 피해현황과 지원방안 등에 대한 정부와의 인식 차이를 확인한 여행업계가 결국 단체행동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속 유전자증폭(PCR) 검사 도입, 트래블버블, 관광시장 조기회복 전담조직(TF) 설치 등 황 장관이 제시한 방안은 정부 안에서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도산위기에 처한 업계 현실에 맞는 '신속 맞춤 처방'과는 거리가 있어서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황 장관은 다음날인 16일 첫 공식 일정으로 관광 업계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10층 회의실에서 정오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는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비롯해 관광협회중앙회, 여행업협회,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협회, 유원시설업(테마파크)협회, 카지노협회 등 업종별 단체가 참여했다.

이날 황 장관은 "관광업종은 집합제한업종은 아니지만 여행자제 권고와 자가격리 등으로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했다"며 "관광업계가 코로나19 이후까지 버틸 수 있도록 추가적인 금융·재정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행객에 대한 신속 유전자증폭검사(PCR) 검사 도입과 방역 우수 국가와 제한적으로 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버블, 조기 관광수요 회복을 위한 전담조직(TF) 구성 등 방안도 제시했다. 업계에서 요구한 집합금지업종에 준하는 재난지원과 손실보상에 대해선 당정과 협의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비대위는 한국여행업협회와 서울시관광협회를 비롯해 한국관광클럽, 한국관광협동조합, 중화동남아여행업협회, 일본인바운드협의회 등 단체와 중소 여행사들이 참여하는 비상 협의기구다. 황 장관이 관광 업계와 만나 간담회를 가진 16일 발족했다. 비대위에 참여한 한 유관단체 관계자는 "업계가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정부 측에 정확히 알리기 위해선 여행업계 전체가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비대위를 구성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코로나19 피해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관광업종의 피해 규모는 13조원에 달한다. 국내외 관광수요 급감에 따른 소비지출 감소로 여행업은 7조4000억원, 호텔업이 4조3000억원, 유원시설업은 1조3000억원, 국제회의업은 1조1000억원, 카지노업은 1조9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방한 외래 관광객(250만명)이 85% 넘게 급감하면서 1년 새 사라진 관광수입만 21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국여행업협회가 실시한 '전국 여행업체 실태 전수조사'에선 전국 3953개(2020년 8월 기준) 여행사가 사실상 폐업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폐업신고를 마친 202개의 20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폐업 시 고용유지지지원금, 특별융자지원 등 정부로부터 받은 각종 지원을 모두 반납하도록 돼있는 조항에 발목이 잡혀 폐업도 못한 채 간판만 유지하고 있는 곳들이다.
여햅업협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전수조사는 지난해 9월과 10월 여행업에 등록된 1만7664개 여행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비대위는 22일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단체시위를 열고, 정부를 상대로 '여행업 생존을 위한 5대 요구사항'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주요 내용은 ▲4차 재난지원금 및 손실보상법 확대 및 대출조건 완화 ▲관광진흥개발기금 무담보 신용대출 확대 및 대출조건 완화 ▲기업이 부담하는 4대 보험금 감면 또는 유예 ▲입·출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14일 기준 완화 및 과학·합리적 기준 설정 ▲관광산업 재난업종 지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이다. 비대위는 22일 청와대 앞 단체시위에 이어 23일부터 26일까지는 1인 피켓시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방역 당국의 여행자제 권고로 집합금지업종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입은 관광업종에 대해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특별고용유지업종 지정, 상환부담이 있는 저금리 융자지원과 같은 똑같은 대책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다른 업종도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관광업종에만 더 많은 현금을 지원해달라는 게 아니라 제한적으로라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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