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레 장편소설 '떠나지 못하는 여자'

전체주의 사회에서 예술은 이념적 경향성과 획일성을 띠며, 이 틀을 벗어나면 정부뿐 아니라 다수 대중에게서도 매서운 비난을 받게 된다.

이런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두려운 탓에 소설가, 만화가, 시인, 음악가 등은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거나 진실을 말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진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소설로 형상화하는 작업에 천착해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된 인물이 알바니아 출신 프랑스 작가 이스마엘 카다레이다.

재작년 방한해 박경리문학상을 받은 작가다.

카다레는 알바니아가 북한, 중국처럼 전체주의 국가이자 일당독재 체제였던 20세기 후반에 사회주의 독재의 야만성을 우화적으로 고발하는 소설을 써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가 1990년 프랑스로 망명한 이후에도 이런 작품 세계는 일관성을 유지했는데, 지난 2009년 출간한 '떠나지 못하는 여자'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전체주의를 문학적으로 수준 있게 풍자한 작품으로서 높이 평가받았다.

최근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백선희의 번역으로 국내에 출간했다.

부제는 '린다 B를 위한 진혼곡'이다.

반쪽짜리 자유라도 목숨과 바꾸고 싶었던 여자

신화, 전설, 민담 등 구전문학의 상징과 구조를 차용한 풍자를 통해 당국의 검열을 우회적으로 피했던 과거 카다레의 특징적 서사가 이 작품에서도 보인다.

지하 세계에 갇힌 에우리디케와 그를 지상으로 데려오려는 오르페우스의 신화가 현대적으로 변주됐다.

1980년대 후반 공산 독재 정권의 공포 정치가 지배하던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

극작가인 루디안은 모르는 여자가 자살한 사건 탓에 당으로 소환된다.

'린다 B'라는 이름의 그 여자는 소도시에 유배돼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였는데, 사인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루디안이 직접 친필 서명해 준 책이 발견됐고, 여자의 일기장에서도 루디안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 게 문제가 됐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젊은 여성이 이처럼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뭘까.

루디안과 린다의 접점은 단 하나, 루디안의 애인이자 린다의 친구인 미제나 뿐이다.

거주지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린다의 꿈은 수도 티라나에 한 번이라도 가보는 것이었다고 한다.

에우리디케가 갇힌 지옥보다 더 혹독한 전체주의의 형벌로 인해 린다는 자유와 예술을 상징하는 존재였던 루디안을 동경하게 된다.

린다는 루디안의 작품을 찾아 읽고 각종 매체를 통해 그의 정보를 수집하는 등 집착이 커지던 끝에 루디안을 직접 만나 교류하고 싶어 한다.

그랬던 린다는 왜 스스로 삶을 포기했을까.

미제나가 숨긴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카다레는 1936년 알바니아에서 태어나 소설가, 시인, 극작가 등으로 활동해왔다.

초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과 노이슈타트 국제문학상 등을 받고,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왕자상 문학 부문에서 수상했으며, 프랑스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수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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