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서 개인전 '모어 라이프' 개막
문제적 사진작가 메이플소프를 만나다
흑인 남성 누드, 동성애, 사도마조히즘 등 사진에 주로 등장하는 주제만으로도 이 작가의 얼마나 논란의 중심에 있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 시대 작품도 아니다.

미국의 현대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는 1970~1980년대에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난 도발적인 작품을 발표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진에 대해 찬사와 비난이 엇갈리며 그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은 유효하다.

국제갤러리는 18일 서울점과 부산점에서 동시에 로버트 메이플소프 개인전 '모어 라이프(More Life)'를 개막했다.

국내에서 메이플소프의 개인전이 대규모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갤러리는 전했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핫셀블라드 카메라로 촬영한 대표작을 중심으로 90여 점을 소개한다.

서울 전시장 1층에는 메이플소프의 평생 동지이자 한때 연인이었던 '펑크록 대모' 패티 스미스를 비롯해 리사 라이언, 리처드 기어, 트루먼 카포티, 루이즈 네벨슨 등 유명인들의 초상, 은유화된 꽃과 정물, 풍경 사진 등이 전시됐다.

이야기를 내포한 인물과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메이플소프만의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엿볼 수 있다.

1층 사진만으로는 메이플소프가 왜 그토록 논쟁적인 작가인지 실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포르노그래피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고 말한 작가의 문제작들은 2층에서 정면으로 다룬다.

문제적 사진작가 메이플소프를 만나다
2층 입구에 작품 수위에 관한 안내가 있음에도 사진들은 관람객에게 당혹스러움을 안긴다.

오브제화된 남성 성기, 비밀스러운 사도마조히즘 의식, 굵은 쇠사슬에 거꾸로 매달린 남자, 채찍을 항문에 꽂고 화면을 응시하는 자화상 등 'X 포트폴리오' 연작들이 전시됐다.

전시를 기획한 이용우 서강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남성 누드나 퀴어미학 등을 구현한 다른 작가가 있지만 메이플소프처럼 다양한 피사체로 사회문화적, 학술적 담론까지 끌어낸 작가는 없다"라며 "2천여 점이 넘는 작품 중 지금까지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을 선별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설스러움이 아니라 사진의 미학적 측면에도 관심을 두길 바란다"라며 "메이플소프는 외설과 예술에 대한 논쟁을 넘어서 굉장히 치밀하게 계산된 채광과 완벽한 구도 등으로 극한의 미학이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1963년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 입학해 회화와 조각을 전공했다.

1970년대 초반에는 패티 스미스와 동거하며 초상 사진 작업을 남겼다.

1970년대 후반 금기시된 사회적 규범에 도전하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문제적 작가가 됐다.

사진만큼이나 삶도 평탄하지 않았다.

동성애자였던 메이플소프는 패티 스미스와 헤어진 이후 여러 남성을 만났고, 에이즈(후천성 면역 결핍증) 합병증으로 43세에 세상을 떠났다.

뉴욕 휘트니 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파리 그랑 팔레,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LACMA) 등 세계적인 미술 기관에서 회고전이 열렸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문제적 사진작가 메이플소프를 만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