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시야가 서서히 흐릿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대개 노안 증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백내장 때문에 이런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두 질환은 다른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지만 환자 스스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권영아 김안과병원 각막센터장은 “초기 백내장과 노안은 증상이 비슷해 구별하기 쉽지 않다”며 “안구 노화가 시작되는 40대부터는 서서히 노안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 백내장 등 각종 노인성 안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아 원인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노안과 백내장은 모두 초기에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또렷하지 않은 증상을 호소한다. 이 둘의 증상을 구별할 수 있는 성인은 20%도 되지 않는다. 노안과 백내장은 발병하는 시기도 비슷하다. 자신에게 생긴 증상이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노안은 노화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40대 이후라면 누구나 서서히 증상을 호소한다. 노안이 생기면 가까운 거리의 작업을 하는 데 불편을 호소한다. 국내 40세 이상 성인의 백내장 유병률은 42.3%에 이른다. 65세 이상 성인은 90%로 상당히 높다. 중장년이라면 누구나 호소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백내장은 노화 때문에 눈 속 투명한 수정체가 단백질화돼 혼탁해지는 질환이다.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전체 시야가 뿌옇게 보이거나 시력 저하를 호소한다. 물체가 이중으로 보이는 복시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안경 등으로 교정되지 않는다.

반면 노안은 노화 때문에 수정체 조절력이 떨어져 발생하는 증상이다. 근거리 시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백내장과의 차이다. 신문을 읽거나 독서를 할 때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을 호소한다. 가까운 거리를 볼 때와 먼 곳을 볼 때 눈의 초점이 전환하는 힘이 약해진다. 가까운 것과 멀리 있는 것을 교대로 볼 때 사물이 바로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증상이 생긴다.

백내장은 수술로 치료한다.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한 뒤 깨끗한 인공수정체를 넣으면 증상이 개선된다. 증상을 가볍게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면 수술 후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다만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고 무조건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진행 정도와 환자가 느끼는 불편 정도 등을 고려해 수술 시기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너무 일찍 수술 받으면 수술 후 변화가 크지 않아 만족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권 센터장은 “노안은 대개 돋보기나 얇은 안경만 써도 시력이 교정된다”며 “장시간 독서를 하거나 운전하면 눈이 피로해져 초점이 맞지 않기 때문에 긴 시간 눈을 집중적으로 쓰는 일은 줄이는 게 좋다”고 했다. 백내장 수술을 할 때 노안을 개선하는 인공 수정체를 선택해 동시에 치료하기도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