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관점에서 개관한 니콜라이 레비츠키의 책 '러일전쟁'

지난 8일은 러일전쟁이 발발했던 날이다.

지금으로부터 117년 전인 1904년 2월 초, 러시아와 일본은 한반도와 만주의 지배권을 놓고 무력으로 격돌했다.

이듬해 가을까지 계속된 전쟁의 승자는 일본. 이로써 일본은 대한제국에 대한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됨은 물론, 동아시아 판도를 뒤바꾸며 세계 열강 대열에 합류했다.

대한제국은 전쟁 발발 직전에 중립을 선언했지만, 개전 직후 일본의 한일의정서 강요로 의미를 잃었다.

1905년 포츠머스 강화조약으로 전쟁을 마무리한 일본은 을사늑약을 강요하며 한일병탄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이후 40년에 걸친 일본의 한국 지배가 러일전쟁의 결과였던 것이다.

패전국 러시아는 어떻게 됐을까? 전쟁 패배 후 차르 체제가 붕괴되는 등 일대 변화를 겪었다.

전쟁 종식과 동시에 시작된 러시아 혁명은 1917년까지 이어지며 제정을 붕괴시켰고, 그 자리에 전대미문의 공산주의 정권이 고개를 내밀며 등장했다.

러시아 전쟁사학자 니콜라이 레비츠키(1887~1942)는 1935년에 '1904년의 러일전쟁'을 처음 출간해 주목받았다.

이 책은 전쟁 준비에서 전장의 전술에 이르기까지 러시아가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군사적 관점에서 정리했다.

전쟁 자체에 초점을 맞춘 군사사 범주의 저서인 것이다.

저자 레비츠키는 1918년 붉은군대에 복무한 데 이어 1919년엔 제1기병사단 참모장으로 러시아 내전에 참전했다.

그리고 1925년 사단장을 마지막 경력으로 전역해 프룬제 군사대학 등에서 전쟁술과 전쟁사를 가르쳤다.

이번 번역본은 러일전쟁 100주년을 계기로 출간된 2003년판 '러일전쟁'을 기준으로 삼았다.

레비츠키는 책의 서론에서 "러일전쟁은 식민지를 정복하고 극동 지역 시장을 독점하려는 목적으로 전개된 제국주의 전쟁이다"고 규정한 뒤 "극동을 향한 러시아와 일본 자본의 제국주의 열망은 결국 전쟁에서 그 해결점을 찾았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할 수밖에 없었던 주요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전쟁 발발 전에 이미 전쟁사 연구에서 일본에 졌다고 단정한다.

러시아의 전쟁사 연구가 나폴레옹 전쟁 연구에 매몰된 나머지 이후 터진 전쟁에 대해선 연구하지 않고 외면한 게 치명적 약점이었다는 것. 여기서 레비츠키가 강조한 전쟁은 청일전쟁(1894~1895)과 제2차 보어전쟁(1899~1902)으로, 러일전쟁 이전에 러시아의 어느 군사학교도 이들 전쟁을 연구하거나 가르치지 않았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저자의 말.
"러일전쟁은 모든 면에서 차르 체제 러시아의 후진성은 물론, 일본 제국주의처럼 힘겨운 적을 상대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전쟁 수행 능력의 한계를 완벽하게 드러냈다.

전쟁 초기 차르 군대는 19세기 후반에 이뤄진 전쟁술의 발전을 간과한 채 진부한 군사 교범에 따라 훈련된 상태로 전쟁에 임한 반면, 제국주의 일본의 군대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단일 국가로 통일되던 시기의 전쟁 경험에 기초해 육성됐다.

"
옮긴이 민경현 박사(역사학)는 "이 책이 처음 출판된 후 소련은 일본과 무력으로 세 번 대결했다.

1938년 하산호 전투(장고봉 사건)와 1939년 할힌골 전투(노몬한 사건), 그리고 1945년엔 소일(蘇日) 전쟁이 있었는데 세 차례 모두 소련이 승전했다"며 그 군사적 의미와 효용성을 상기시켜준다.

살림. 644쪽. 3만5천원.
러일전쟁의 승패를 좌우한 건 무엇이었을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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