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주역 김향기 "감정 쉽게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나와 비슷한 모습에 공감"
어른이 되면 어른스럽게 행동하려 한다.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으려 감정을 억눌러 보기도 하고, 잘하지 못해도 능숙하게 해내려 애를 쓴다.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서툰 아이가 될 때가 종종 있다. 설 연휴를 맞아 10일 개봉하는 ‘아이’(사진)는 서툰 아이와 같은 인물들이 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아이’에서 보호종료 아동으로 보육원을 나와 자립해야 하는 아영 역을 맡은 배우 김향기를 만났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끌렸어요. 애써 외면했던 욕구들을 제대로 바라보는 방법을 찾고 나아가는 모습에 공감했고요.”

김향기는 ‘아역 배우’라는 틀에서 벗어나 영화 ‘신과 함께’ ‘영주’ ‘증인’ 등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영화의 아영은 아동학과에 다니며 보육교사를 꿈꾼다. 그러다 돈을 벌기 위해 유흥업소에 나가는 직업여성이자 초보 엄마인 영채(류현경 분)의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 일을 맡는다. 이들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아영은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고 무뚝뚝하지만, 영채와 아이를 도우며 한 뼘 더 성장하게 된다.

“영화 제목이 영어로 ‘아이(I)’일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 생각지 못한 부분이라 놀랐어요. 누구나 어른이자 아이일 수 있고, 아이이자 어른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영화엔 사회적 편견을 깨는 다양한 설정이 나온다. 직업여성인 영채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해 미혼모가 됐고, 아영은 보육원 출신이다.

“교수 역할을 여성 배우가 맡을 것이란 말을 감독님에게 들었을 때 머리가 띵했어요. 왜 당연히 교수는 남성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나도 모르게 하고 있던 생각들을 바꾸게 된 순간이어서 충격이었죠.”

명실상부한 주역으로 성장한 그는 더욱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정말 많아요. 그래도 캐릭터나 장르, 이야기 등 여러 면에서 새로운 작품들을 더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