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집 '시크'·'트릭 미러'

인종과 젠더, 인터넷과 자본주의, 페미니즘 등을 주제로 경험담을 풀어내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여성 작가들의 에세이집이 잇따라 출간됐다.

사회학자이자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부교수인 트레시 맥밀런 코텀은 '시크'(Thick·위고)에서 소수자의 삶을 이야기하며 자본주의의 실상을 짚는다.

책 제목은 그가 어릴 때부터 들었던 '두툼하다'는 표현이자 '복합적인', '중층의'라는 뜻의 사회학 용어다.

미국 남부의 가난한 흑인 가정 출신의 코텀은 선천적 기형 때문에 발을 고치면서 살아왔다고 말한다.

정상적으로 걸어본 적은 없지만 비뚤게 걷지도 않았다며, 발을 고치는 일은 매우 아프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강조한다.

그에게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하고, 세상과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이다.

책에는 흑인 소녀가 생각하는 일로 생계를 꾸리는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 걸어온 여정이 담겼다.

저자는 미국에 사는 흑인 여성들의 삶을 비추면서 인종 문제를 둘러싸고 파생되는 현상에 관해서도 분석한다.

아름다움의 판별은 어디까지나 기존의 사회적 질서를 재생산하는 취향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말하고,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고조된 지금의 상황에서 흑인 여성들이 무능하다는 이미지를 지닌 대상으로 이용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사춘기 때 미국 사회가 인정하는 미의 기준에 자신이 포함될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하는가 하면 백인우월주의에 기초한 미적 기준이 백인 여성들도 옥죌 수 있다고 적었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여성 작가들의 솔직한 고백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 기자인 지아 톨렌티노는 '트릭 미러'(생각의힘)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눈으로 본 삶과 세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는 "에세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거울에 비친 그대로의 나를 보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소재는 인터넷이다.

톨렌티노는 11살이던 1999년 인터넷을 처음 접했을 때를 평화롭고 단순했으며 건전했다고 기억한다.

온라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이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 정도"였다던 그가 이제 "광기 어리고 과열된, 우리를 숨 막히게 하는 지옥"이라고 인터넷을 비판한다.

그는 인터넷이 기본적으로 성과 인센티브로 정의된 세계라 그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바라본다.

온라인에서의 개인은 성취를 과시하는 것에 집착한다며 인터넷에서 무엇을 얻는지 신중하게 돌아보자고 당부한다.

책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주류 페미니즘이 시장 친화적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인스타그램에서 수많은 팔로워를 가진 여성 인플루언서들이 훌륭한 외모와 젊음 등을 갖춰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이상적인 여성'으로 최적화된다며, 과거 가사 노동이 이제 미모 노동으로 대체됐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몸담았던 페미니즘 관련 웹 사이트가 광고나 잡지 표지에 포토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예를 들면서는 "현대 미적 기준의 인공성과 부정직함을 드러낸 긍정적인 시도였지만 더 높아진 기대라는 공간을 차지한 진짜 아름다움에 대한 강력한 갈망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평가한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여성 작가들의 솔직한 고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