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관왕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 ‘미나리’.
오는 4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관왕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 ‘미나리’.
“올해 최고의 영화다.”(미국 영화 전문 매체 CBR) “‘기생충’에 이어 오스카에서 주목할 작품.”(미국 매체 데드라인 할리우드 데일리)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세계 영화계에서 호평받으며 1일 기준 해외 각종 시상식에서 59관왕을 차지했다. 해외 여러 매체는 ‘미나리’가 오는 4월 25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연기상 등 ‘다관왕’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엔 ‘아카데미 시상식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국영화연구소(AFI)의 ‘올해의 영화상’을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제2의 기생충’이 탄생할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가족의 의미와 유년기 향수 담아내

‘미나리’의 오스카 수상 가능성은 AFI ‘올해의 영화상’ 수상과 함께 크게 높아졌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지난해 아카데미 입성에 앞서 AFI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오스카 예측 전문 매체 골드더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 88편 중 77편이 AFI가 ‘올해의 영화상’으로 선정한 작품들이다.

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미나리’는 1980년대 희망을 찾아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국 가족의 여정을 담고 있다.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는 아칸소로 온 제이콥 가족의 여정을 상징한다.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 분)은 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고, 엄마 모니카(한예리 분)도 아칸소에서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한다.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 분)는 두 사람을 돕고 어린 아이들을 돌봐주기 위해 아칸소로 온다.

해외 매체들은 작품에 담긴 ‘가족’의 의미에 주목한다. LA타임스는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는 가족의 진실하고 따뜻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필름위크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누군가로부터 받는 따뜻한 포옹 같은 영화”라고 호평했다. 유년 시절에 대한 미국인들의 향수도 자극한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우리에겐 한국 영화처럼 보이지만 미국인들은 영화 속 ‘아메리칸 드림’을 보며 미국 영화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를 통해 유년기에 대한 추억까지 떠올리며 더욱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우 윤여정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 작품으로 20관왕에 오른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윤여정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1위로 꼽았다.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으면 아카데미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인 배우가 된다. 지난해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도 연기상은 받지 못했다.

‘외국어 영화’ 편견 넘을까

‘기생충’처럼 인종의 벽을 넘을지가 수상의 관건이다. ‘미나리’는 오는 28일 열리는 ‘아카데미의 전초전’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분류되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골든 글로브에선 외국어영화로 분류되면 작품상을 받을 수 없다. 한국어가 주로 사용됐다고 외국어 영화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 작품은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가 제작하고 한국계 미국인이 만든 미국 영화다.

오스카에선 외국어 영화로 분류되더라도 작품상을 받을 수 있다. 강 평론가는 “많은 해외 오피니언 리더가 골든 글로브의 외국어영화 분류를 비판하고 있다”며 “오스카에서도 이를 알고 있는 데다 미나리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하지 않고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 작품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전향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에선 오는 12일, 국내에선 3월 개봉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