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 김선오(1992~)
어떤 글자를 내 필체로 옮겼다. 교실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했다. 나는 펜을 놓고 잠들었다.

어떤 글자는 내 필체 속에서 몸을 뒤척였다. 나는 글자를 손으로 누르고 지문에 묻은 잉크를 문질러 지웠다.

어떤 글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공원을 헤맸다. 글자의 이름을 부르며 덤불을 헤집고 동상을 살피고 사람들의 다리를 꺾었다. 팔로 걷느라 오늘은 아무것도 못 썼다.

시집 《나이트 사커》(아침달) 中

어떤 말은 마음을 다 말할 수 없고 어떤 글은 마음을 다 쓸 수 없지요. 마음에 비해 말은 공허한 것 같고 글은 부족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세상에 채워지지 않는 퍼센트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마음을 표현하는 말과 글이 아닐까요. % 앞에 숫자를 적어두는 것만큼 무모한 것이 또 있을까요. 그럼에도 무언가를 적어두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말하는 사람이 되는 일, 아무리 부족할지라도 계속해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가득한 일일 거예요. 저는 오늘은 친구와 가족 그리고 뽀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해요.

이서하 시인 (2016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