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사진작가의 무교 사진집 '신당(神堂)'

인류의 삶은 오랫동안 신앙과 함께해왔다.

전통 신앙은 대부분 다신교였다.

여러 신들이 생활 곳곳에 존재했다.

한민족 역시 다양한 신과 신앙이 일상에서 병존했다.

무교로 일컬어지는 토속신앙이다.

여러 형태의 신과 신화는 근래까지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천지창조 신화의 주인공인 마고할미, 개양할미, 설문대할망은 물론 건국 신화의 주역인 단군 또한 신으로 숭앙받았다.

이뿐 아니다.

바다에는 용왕신, 산에는 산신, 바람 다스리는 영등신, 임신·출산을 관장하는 삼신할미, 입향조가 형상화한 조상신도 있었다.

심지어 부엌에도, 측간에도 신은 있었다.

그만큼 다신교 사회였던 것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토속신앙의 신들은 급속히 사라져갔다.

조선시대에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으면서 수많은 신화가 자취를 감췄으며, 일제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말살키 위해 신화 장소들은 강제로 없애버렸다.

해방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서양 종교가 사회에 깊숙이 파고들었고, 정권은 '미신 타파' 등의 명분으로 신화와 그 공간인 신당의 문화를 끊임없이 말살했다.

'무교'는 '무속'으로 격하됐고, 전통 신앙은 '미신'과 '무지'로 각인되며 손가락질받기에 이르렀다.

잔뜩 움츠러든 채 그나마 잔존해 있던 신당들도 재개발과 산업화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졌다.

무교의 주인공격인 무당은 하늘이 지운 짐을 운명처럼 안고 살아야 한다.

귀신은 아니지만 귀신이어야 하는 이들에게 한평생 신의 제자로 살아야 하는 운명이 드리워져 있다.

하늘의 뜻을 땅으로 전해주고 인간의 기원을 하늘에 전한다고 해 만신이라고도 한다.

그들은 한민족의 오랜 역사 속에서 힘든 민초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가슴에 멍울로 맺혀 있는 한(恨)을 풀어줬다.

신과 인간이 친구처럼 함께 만나 울고 웃는 큰 잔치, '굿'을 엮어내는 무당들이 세상에서 가장 귀히 여기는 공간이 바로 신당이다.

한국의 전통 신과 신화를 사진으로 탐구하다

사진작가 박찬호(49) 씨는 한국의 고유한 제의와 그 문화를 오랫동안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최근 출간한 사진집 '신당(神堂)'도 그 성과 중 하나다.

죽음과 돌아감이라는 생명의 본질적 주제에 몰입해온 박씨는 전국 곳곳에서 마을 수호신의 공간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온 신당을 찾아다니며 그 모습을 무당과 함께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번 사진집에서는 충남 황도붕기도당 김금화(타계) 만신, 제주 성세기본향당 서순실 심방, 서울 국사당 이성재 만신, 강원 대관령국사당 빈순애 단골레, 충남 은산별신당 이일구 만신, 전남 진도 뽕할머니사당 박미옥 단골레, 경남 통영 설운장군사당 이송진 만신, 부산 조도당산 김은정 만신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박 작가는 2016년 사진 기획전 '돌아올 귀(歸)'를 시작으로 한국 신화를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렸다.

죽음의 의미와 사후 세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그는 신화의 세계에 몰입하며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후 싱가포르 국제사진페스티벌에 오픈콜 작가로 선정됐던 박 작가는 아르헨티나, 중국 등지에서 크고 작은 전시를 했고, 2018년에는 미국 뉴욕타임스에 인터뷰와 사진작업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다.

박 작가는 사진집 출간과 관련해 이렇게 의미를 부여한다.

"현대에 들어 과학과 철학의 비약적 발전은 더 이상 신화가 신뢰할 수 없음을 역설하지만, 생과 사,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우리는 혼돈과 허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낡고 먼지투성이인 신화를 꺼내서 닦고 들춰보는 것은 로고스의 빛이 미처 도달하지 못한 어두운 곳에서 현대인이 겪고 있는 혼돈과 허무를 안온함과 동경으로 치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업은 현시대의 신화와 전통신앙에 대한 유형적 작업이며 급속한 기술의 진보과정에서 잃어가는 것에 대한 고찰이기도 하다.

"
사진집 출간을 계기로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전시회를 열었던 박 작가는 오는 4월 3일부터 29일까지는 부산에서 '신당' 사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나미브. 192쪽. 5만원.
한국의 전통 신과 신화를 사진으로 탐구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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