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Wintering)

작년 2월 英서 출간 후 뒤늦게 인기
겨울의 '깊은 후퇴' 뒤에 찾아올
'봄의 환희'를 기대하며 움트는 시간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혹독한 '코로나 겨울'을 치유하는 위로

‘TPO 마케팅’이란 게 있다. 원래는 때(time)와 장소(place), 경우(occasion)에 맞게 옷을 입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됐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의 성공적인 출시를 위한 마케팅 용어로 쓰이고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훌륭한 책도 때와 장소, 경우에 맞아야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책 《겨울나기(Wintering)》는 TPO 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다. 지난해 2월 영국에서 먼저 출간된 이 책은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1월 미국에서 다시 출간되며 서점가를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의 무차별적인 확산으로 모두가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이때 《겨울나기》는 미국인들에게 아주 특별한 위로와 용기를 선사하고 있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혹독한 '코로나 겨울'을 치유하는 위로

미국 주요 언론은 “놓아주고, 뒤로 물러서고, 깊은 어둠 가운데 자신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책” “인생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움트는 생명력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이 책을 극찬했다. 아마존 사이트에는 500개가 넘는 독자 서평이 올라와 있다.

《겨울나기》는 제목대로 겨울을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사람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매년 겨울을 맞이한다. 계절이 바뀌면서 찾아오는 겨울을 거부하거나 피할 수 없다. 자연 세계에도 겨울은 반갑지 않은 계절이다. 땅이 얼어붙고 숨죽인 고요함 가운데 생명체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춘다. 겨울은 시련과 고통이지만, 봄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동식물은 나름대로 겨울나기를 하면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인 캐서린 메이는 자연 세계에 빗대어 자기 자신에게 찾아온 겨울에 관해 이야기한다. 예기치 못한 슬픔과 엄습한 고통, 고립되고 단절된 느낌, 그 가운데 다시 희망을 찾아 떠난 여행의 기록이기도 하다. 갑작스럽게 남편이 아팠고, 자신도 아팠다. 직업을 잃었고, 아이는 학교에 가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깊은 슬픔 속으로 빠져들었지만 이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겨울이라고 생각했다. 인생은 ‘선형’이 아니라 ‘주기형’이라 겨울이 지나면 곧 봄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겨울의 조용한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시기의 의미를 기억하고, 침잠하고 휴식하고 회복하면서 지내기로 마음먹었다. 신화, 문학, 자연 세계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휴식과 후퇴로서의 겨울이 가진 의미를 되새겼다. 그리고 자신의 겨울나기 과정을 솔직담백하게 적었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혹독한 '코로나 겨울'을 치유하는 위로

누구에게나 겨울은 찾아온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실업, 건강 문제, 가정의 위기, 심지어 바이러스의 공격에 이르기까지. 비극이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고, 비극은 우리를 더 깊은 겨울 속으로 이끌고 있다. 깊은 겨울 속에서 고통 가운데 악을 쓰고, 발버둥치며 힘겨워할 것인가. 아니면 침잠하고, 휴식하고, 고통의 의미를 묵상할 것인가. 전 세계도 지금 전례 없는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겨울나기》는 겨울의 깊은 후퇴, 심오한 슬픔을 통해 맞이하게 될 봄의 환희를 기대하게 만든다.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기 마련이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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