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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아침]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다

잎이 노랗게 물든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물의 형태는 정교하지 않다. 나무와 벌판과 하늘을 채운 거친 입자들로 인해 늦가을의 정취가 더욱 강렬하게 드러났다. 빈센트 반 고흐가 굵은 붓 터치로 그린 ‘알리스캉의 가로수길’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장면은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다. 사진가 김종범의 ‘더 More’ 연작의 하나로, 뉴질랜드의 전원 풍경과 부식된 철판을 하나의 프레임에 중첩시킨 것이다.

예술작품에는 작가의 심상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만 찍을 때 촬영자의 내적 경향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김씨는 대상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틀을 바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려 했다. 녹슨 금속의 표면을 통해 대상을 바라보는 시도를 한 것이다. 금속의 표면은 부식 과정에서 색이 변하고 얼룩이 생긴다. 철판 위의 불규칙한 입자와 색깔이 현실 세계와 결합하니 인상주의 회화작품과 같은 장면이 나타났다. 사진의 발명이 회화의 변화를 이끌었듯, 21세기 디지털 기술은 사진의 진화를 재촉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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