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에 흩어졌던 이본(異本) 수집해 정리…총 295편 중 254편 수록
조선 후기 실학자 유득공의 '고운당필기' 최초 번역 출간
조선 후기 실학자 유득공(1748∼1807)은 발해의 역사를 기록한 '발해고'의 저자로 유명하다.

박제가·이덕무·서이수와 함께 '규장각 4검서(서적의 교정 등을 하던 벼슬)'로 불렸고, 한양의 진보적 북학파 지식인 모임인 '백탑파'와 '사가시인'의 한 사람이기도 했다.

서얼 출신인 그는 1779년(정조 3년) 시문에 대한 뛰어난 자질을 인정받아 규장각 검서관에 제수돼 이후 여러 편찬 사업에 참여했다.

말년에는 정조가 검서직을 영원히 겸하도록 명하기도 했다.

유득공이 1780년부터 죽기 몇 년 전까지 20여 년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망기이자 일기인 '고운당필기(古芸堂筆記)'(한국고전번역원)가 최초로 번역 출간됐다.

고운당은 유득공의 호다.

고운당필기는 역사, 언어, 풍속, 지리, 문학, 괴담, 동식물과 신변잡기의 사물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 책이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 지인이나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 친구와 나눈 대화도 수록돼 있다.

고전번역원은 이런 이유로 고운당필기에 담긴 글들을 '발해고', '경도잡지', 이십일도회고시' 등 유득공 저서들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고전번역원은 학술 가치가 낮지 않음에도 고운당필기 번역이 늦어진 점에 대해 "일제 치하에서 일부는 일본으로 흘러 들어갔고, 일부는 유실되는 등 고초를 겪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미국, 일본에 흩어진 여러 이본(異本)을 수집하고 대조해 최대한 원본에 가까운 모습을 회복하고자 했다"며 "총 295편 중 미확인된 41편을 제외한 254편을 교감(校勘, 여러 판본을 비교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것)·표점(標點, 원문에 문장부호를 찍고 띄어쓰기를 하는 것)하고 번역해 교감표점서와 번역서를 출간했다"고 덧붙였다.

번역에는 김윤조 계명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 한국고전번역원 김성애 수석연구위원과 김종태 선임연구원이 참여했다.

번역서 628쪽·교감표점서 260쪽, 번역서 3만원·교감표점서 2만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