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차 두고 지하철역으로…지자체마다 일찌감치 제설 작업
교통 대란은 없지만…함박눈 내린 경기도 퇴근길 '거북 운전'
대설특보가 발효된 12일 경기남부 도로 곳곳에서는 퇴근길 차들이 거북이 운행을 했다.

적설량이 많지 않고 기온도 다소 오르면서 눈이 금방 녹아 일주일 전 '퇴근길 대란'은 되풀이되지 않았으나, 강한 눈발이 날린 일부 도로에서는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승용차를 이용해 수원에서 의정부로 출퇴근하는 정모(32)씨는 이날 퇴근하는 데 평소보다 3배에 가까운 4시간이 걸렸다.

그는 "고속도로를 타면 1시간 30분 걸리는데 눈발이 계속 날리면서 평소보다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며 "운전하다 지쳐서 중간에 휴게소도 들렀다"고 말했다.

함박눈이 내린 수원 광교신도시 도로 위 차들도 시속 20∼30㎞로 서행하며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지하철역에는 평소보다 많은 이용객이 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주로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유모(31)씨는 혹시 몰라 차를 회사에 두고 퇴근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주 수요일 폭설 때문에 도로에서 꼼짝도 못 했던 악몽이 떠올라 지하철을 탔다"며 "원래 버스도 타야 하는데 최대한 집과 가까운 거리까지 최대한 지하철로 가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통 대란은 없지만…함박눈 내린 경기도 퇴근길 '거북 운전'
현재 경기남부에서 눈 때문에 발생한 인명 사고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도로 통제 구간은 성남 수정구 산성동 변전소 삼거리∼남한산성로(3.2㎞) 1곳이다.

퇴근길 교통대란 재현 우려에 각 지자체는 일찌감치 제설 작업에 나섰다.

경기도는 오후 3시부터 제설 비상 근무 체계 1단계를 가동하고 도·시군 공무원 700여명과 굴착기 등 제설 장비 465대를 투입했다.

고양 현천동과 시흥 대야동 등 눈길 취약 구간 116곳에 제설 차량과 장비를 배치했으며, 결빙이 예상되는 이면도로와 고갯길 등에 대해서는 순찰을 강화했다고 도는 전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오후 경기도청 재난상황실에서 31개 시장·군수와 긴급영상 대책 회의를 열어 "도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제설을 신속하게 해달라"며 "피해 복구 문제도 빨리 처리될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교통 대란은 없지만…함박눈 내린 경기도 퇴근길 '거북 운전'
지난 6일 폭설 때 3단계 비상 근무 매뉴얼을 어기고 소수 인원만으로 제설작업을 벌여 출퇴근길 교통대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은 성남시는 이날 제설 인력에 3천명을 동원하고 장비 137대를 투입했다.

당시 성남지역 적설량은 14.6㎝로 3단계 대응이 원칙이었지만, 시는 1단계 대응 인원(1천106명)에도 한참 못 미치는 224명(임차 기사 78명 제외)과 제설 장비 123대를 동원했었다.

현재 성남, 용인, 광주, 하남 등 도내 8개 시군에 대설주의보가 발표된 상태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동안 눈이 5㎝ 이상 쌓일 것으로 예측될 때 내려진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내린 눈의 양은 오후 7시 기준으로 시흥 9.5㎝, 군포 7.7㎝, 광명 6.8㎝, 과천 6.6㎝, 성남 6.4㎝ 등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운전 시 차량 간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고 감속 운행해 사고 피해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눈발은 오늘 밤사이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