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AI와 공존하려면 '인간의 자유의지' 지켜야
“잠들기 직전에 한 번 자문해봐도 좋을 것이다. 오늘의 쇼핑과 식사에서 내 자유의지는 몇 퍼센트였고 기계의 추천은 몇 퍼센트였는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전혀 쓰지 않고 한 의사결정은 얼마나 되었는지.”

일본의 기업 컨설턴트 스가쓰케 마사노부는 《동물과 기계에서 벗어나》에서 이렇게 조언한다. 전작 《물욕 없는 세계》와 《앞으로의 교양》에서 미래의 격변을 마주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논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는 AI와 인간의 관계 변화를 전망한다. 저자에 따르면 AI를 보는 관점은 세 가지다. AI와의 공존을 바람직한 상태로 보는 ‘AI 유토피언’, AI가 인간을 위협할 것이라고 여기는 ‘AI 디스토피언’, AI의 능력 향상에 의구심을 품는 ‘AI 회의주의자’다.

저자는 AI 시대의 현재와 AI에 대한 시선을 살펴보기 위해 미국의 실리콘밸리, 러시아의 스콜코보, 중국의 선전 등 AI 개발의 메카를 찾아가 현지 전문가들을 만났다. 어느 곳에 가든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AI 시대에 행복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저자가 만난 AI 전문가들은 어느 한 관점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AI 발전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와 더불어 AI 세상이 불러올 윤리적·법적인 문제도 함께 내다봤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양성기관으로 유명한 싱귤래리티대의 롭 네일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이 인간 대신 일을 해주는 시대 이후의 단계로 넘어가려면 교육, 산업, 정부, 노조, 노동자의 새로운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AI를 생각하는 일은 곧 인간을 생각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AI가 인간 노동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도록 만든 존재가 인간 자신이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인간으로 오롯이 존재하기 위해선 AI 사이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무 생각 없이 AI 알고리즘만을 따르는 동물로 살지 말라는 것. AI를 탑재한 컴퓨터와 로봇 같은 기계처럼 변해서도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