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면역력 키우려면 슈퍼푸드보다 '꾸준함'이 답이다
홍삼, 마늘, 강황, 녹차…. 면역력을 강화해주는 것으로 알려진 음식들이다. ‘슈퍼푸드’의 목록은 갈수록 늘어난다. 방송을 타고 나면 불티나게 팔린다. 건강해지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해서다. 실효성이 있을까.

20여 년 동안 영국에서 면역학을 연구해온 제나 마키오치는 《면역의 힘》에서 면역계를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목표부터 바로잡는다. 저자는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힘을 키우는 게 아니라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면역력을 키우는 특효약은 없다. 죽을 때까지 마라톤 하듯 건강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에 따르면 면역계는 ‘인간의 몸에서 가장 복잡한 체계’로 세포와 분자의 집합체다. 저자는 이를 ‘성채’에 비유한다. 층층이 쌓인 방어체계가 몸에 구축된 것이다. 백혈구가 최전선에서 바이러스나 세균과 전투를 치른다. 염증이 발생하면 림프구들이 달려들어 세균과 바이러스를 무찌른다. 이때 항체가 생성된다.

전쟁이 끝나면 림프구가 전투를 복기한다. 바이러스와 세균에 관한 정보를 분자 형태로 저장한다. 슈퍼푸드로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 어려운 이유다.

저자는 “병을 앓고나서 림프구에 생기는 ‘면역 기억’이 우리 몸을 지켜준다”며 “단일한 영양소나 슈퍼푸드가 세균을 방어한다는 증거는 약하다”고 지적한다.

왕도가 없는 셈이다. 면역력을 키우는 모범답안은 ‘꾸준함’에 있다. 건강 규칙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 저자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식사, 규칙적인 운동, 금연과 금주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면역계에 학습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서다.

면역계도 환경에 따라 균형이 맞춰지므로 뇌처럼 학습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면역계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다섯 살이 되기 전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무해한 세균 등 어릴 때 여러 환경에 노출돼야 방어체계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건강한 미래는 현대식 생활습관과 옛 방식을 조화하는 데 달려 있다”며 “건강 수칙 기본만 지킨다면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