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근혜갤러리 김태연·박진희 2인전
코로나19 시대를 바라보는 젊은 작가 회화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비대면(언택트)과 온라인 대면(온택트)이 일상이 됐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오는 13일부터 열리는 포스트 코로나 특별 기획전 'On-Tact'는 밀레니얼 세대인 두 30대 작가의 코로나19 시대 작업을 소개한다.

게임광인 김태연(34)은 온라인 세상을 그림에 담았다.

게임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맺은 인연들과 가상 세계의 세태를 표현했다.

'얼굴 없는 게이머' 연작은 작가가 온라인에서 만난 게이머들을 상상하며 그린 초상화다.

얼굴을 모른 채 게임을 하며 나눈 대화와 게임 캐릭터, 게임을 운영하는 스타일 등으로 추측한 정보로 그렸다.

'흑우'는 게임에 빠져 그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과시하는 이들을 풍자한다.

'호구'의 언어유희인 '흑우'는 게임에서 더 강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과도한 지출을 하는 게이머들을 비꼬는 말이기도 하다.

그림 속에는 거북목을 하고 장기가 노출된 기형적인 인간과 검정소가 뒤엉킨 모습이 눈에 띈다.

곳곳에 게임에서 사용하는 단어와 상징도 보인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가상세계와 인간, 소 등 이질적인 대상, 동서양의 색감이 공존하는 그림으로 코로나19가 야기한 세상을 드러낸다.

김태연은 "어느 순간 온라인 세상으로 도피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고, 온라인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고자 했다"라며 "현실도피처이면서 심적인 치유도 제공하는 공간인 온라인의 양면성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박진희(36)는 자연 생태계의 근원인 습지를 추상화한 대형 작품들을 선보인다.

온라인 세상을 다룬 김태연과 반대로 인간이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김태연이 한지에 채색했다면 미국과 독일, 영국 등에서 유학하며 현대 서양미술을 전공한 박진희는 유화 작업을 했다.

그는 습지에서 느낀 감각과 특징을 포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무엇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형상들이 그려진 캔버스에는 여러 색이 입혀져 그만의 습지가 창조된다.

세로 3m 크기의 대형 작업인 '항해'에는 도시인지 자연인지 모호한 공간이 펼쳐진다.

박진희는 "습지를 탐험하는 듯 위험스러우면서도 미지의 공간을 표현했다"라며 "습지는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는 공간이지만 그 안에 또 다른 생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두 작가의 작업이 비정상적 상황이 정상처럼 돼버린 지금 시대를 서로 다른 시선으로 비춘다.

다음 달 21일까지.
코로나19 시대를 바라보는 젊은 작가 회화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