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경 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자 유성은 씨는 “세상사를 가장 솔직담백하게, 또 유머러스하게 글로 풀어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021 한경 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자 유성은 씨는 “세상사를 가장 솔직담백하게, 또 유머러스하게 글로 풀어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수필을 신변잡기라고 배우잖아요. 내 주변에 있던 일을 항상 글로 쓰면서 솔직 담백하게, 투명하게 나를 표현하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친구도 별로 안 만나고 내성적인 줄 알았던 제가 수필 덕분에 외향적 인간이라는 걸 깨닫게 됐죠.”

2021 한경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인테그랄’로 당선된 유성은 씨(39)는 수필이 자신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유씨는 딸 둘을 키우고 있는 가정주부다. 중·고교 4년을 프랑스에서 보낸 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를 좋아하던 문학도였지만 졸업 후엔 프랑스 명품 회사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업체, 방송국, 프랑스문화원 등 문학과는 큰 관련 없는 여러 직장에서 일했다. 그 와중에 수학자인 남편을 만나 가정주부로 살고 있다. 2013년 첫 아이의 출산은 평탄하기만 했던 유씨의 인생을 조금씩 바꿔놓기 시작했다.

“산후 우울증이 왔는데 그때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처음엔 일기를 썼고 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아동문학가인 황선미 작가의 작품 《들키고 싶은 비밀》 속 구절인 ‘집에서 엄마로만 사는 게 싫증 났던 거야’라는 문장을 읽은 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과 세상에 뛰어들 용기가 생겼어요. 둘째 아이를 임신해 만삭이던 2017년 황 작가의 문학 수업을 찾아 들었는데 어떤 소재가 글감이 되는지 배우면서 그동안 써왔던 글들을 하나씩 간추렸죠.”

당선작 ‘인테그랄’은 사랑과 결혼,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보편적 주제를 ‘수학’과 ‘문학’이라는 독창적 소재로 풀어낸 작품이다. 처음엔 남편과의 관점 차이에서 시작한 글이었다.

“2012년 남편이 연구를 위해 노르웨이 트론헤임에 가게 돼 저도 함께 따라가 살았어요. 낯선 타국에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었어요. 하루 종일 함께 붙어 있다보니 각자 문학과 수학을 좋아하는 차이점만큼이나 서로 다른 성격과 성향을 너무나 잘 알게 됐죠. 처음엔 그 차이로 인한 부딪침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고치는 과정에서 나와 남편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어요. 그렇게 결혼과 사랑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된 거죠.”

수필만이 가진 매력에 대해 그는 “민낯 그대로를 보여주는 즐거움”이라고 정의했다. “소설도 그렇지만 수필은 더욱더 내 안의 무언가로 써야 하기에 재료가 충분해야만 해요. 무엇보다 수필이 주는 즐거움은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민낯의 무엇을 쓴다는 거예요. 사물을 다양한 필터와 렌즈를 거쳐 찍는 게 소설이라면 수필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단렌즈로 찍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할아버지는 2015년 타계한 아동문학가 유영희 씨다. “어린 시절 서재에서 할아버지 무릎에 올라가 함께 책을 읽고 할아버지 원고지에 낙서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 역시 할아버지처럼 동화 작가를 꿈꿔 투고도 해봤지만 다시 제 글을 보니 에세이에 더 가깝더라고요. 어쨌든 제게 글쓰는 재능을 주신 건 할아버지라고 생각해요. 당선 후 할아버지 생각이 유독 많이 났어요.”

어떤 수필가가 되고 싶을까. 유씨는 ‘치유받을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라고 했다. “수필이야말로 사람들이 가장 쉽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문학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글을 사적이지 않게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평소 소재를 찾을 때 나만 가지고 있지만 남들도 공감할 수 있는 걸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세상사를 가장 솔직담백하게, 또 유머러스하게 짧은 글로 풀어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치유했으면 좋겠어요.”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