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유의 숲 이상한 오후의 핑크빛 소풍
- 바둑이 폭풍 읽기 시리즈 1 -
2020 볼로냐 라가치 상 COMIC 부문 수상작
2020 앙굴렘 만화축제 아동문학 부문 최고상 수상
초등 고학년 위한 '바둑이 폭풍읽기 시리즈' 출간

“날씨는 훌륭하고 장소는 멋지지만 새 가족과의 소풍은 지루하기만 했다. 그래서 조는 근처 숲을 거닐기로 한다. 그녀는 행복한 동물들과 핑크빛으로 가득 찬 매혹적인 세계로 우연히 들어서게 된다. 그곳에서는 독재자 고양이 황제의 생일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독창적인 스토리텔러인 Camille Jourdy는 생동감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그림과 따뜻한 수채화를 적절히 섞어 핑크빛 우주를 만들고 조와 독자들에게 멋진 경험을 선사한다.” -라가치상 선정위원회 심사평

어릴 적 자기만이 아는 비밀의 공간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모두들 나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 살그머니 그곳으로 숨어들면 놀라우리만치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지요. 이제껏 저 바깥에서 나를 향하던 부담스러운 기대와 그에 미치지 못할 때 쏟아지던 실망의 눈빛들, 전혀 이해가 되지 않지만 반드시 이해해야만 하는 아니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이상하고 불합리한 현실, 바보 같고 못돼먹은 형제자매들과 왠지 내편은 하나도 없이 그들만 두둔하는 부모님과 어른들...이 모든 나의 세계를 등지고 문을 닫아버리면 이 안에는 오롯이 ‘나’를 생각하고, 위할 수 있는 전혀 다른 세계가 나타납니다. 이 세계 안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답니다. 슈퍼히어로부터 아름다운 공주님까지, 또 전교1등부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우리학교 스타까지도 불가능한 것이 없지요. 뿐만 아니라 갖고 싶은 모든 것들도 눈앞에 즐비하게 펼쳐집니다. 최애 아이돌 가수의 한정판 굿즈는 기본이고 어른이 되면 꼭 갖고 싶은 멋진 슈퍼카와 명품 하이힐. 나의 세계 속에서 주인공은 당연히 ‘나’ 하나뿐이니까요.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조’는 처음에 그토록 신나게 빠져들었던 핑크빛 세계의 모험에도 ‘내 멋대로’같은 편한 철학은 없다는 사실을 점차 알게 됩니다. 처음엔 이혼한 엄마 아빠가 미워서, 재혼한 아빠 때문에 억지로 자매가 된 새언니들이 짜증나서 훌쩍 넘어와 버린 이 경이로운 세상이 따분한 자기의 현실과는 전혀 다를 거라 생각했었죠. 귀엽고 신기하게 생긴 요정들과 슈크림빵을 머리에 얹은 여우 모리스, 악어 분장을 하는 외눈박이, 네 발에 무지개 신발을 신는 멋쟁이 비숑프리제...이런 친구들로 가득한 모험은 그저 즐거움과 신비로움의 연속일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세계의 현실은 슬플 정도로 ‘조’가 속한 현실과 닮아있었습니다. 자유롭게 들판을 달리는 알록달록 조랑말 ‘베르메유’를 가두어 자신의 생일 파티를 빛내려는 독재자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그에게 잡혀간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위기와 맞서 싸우는 여우 모리스의 무리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화해, 고단한 여정은 어린 소녀 ‘조’로 하여금 마침내 이런 울분을 터트리게 하지요.

‘난 이 모험이 지긋지긋해졌어!’

핑크빛 베르메유 숲의 모든 이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때, 돌아오는 수레에서 늦은 오후의 노을을 보며 조는 문득 생각합니다. 이제 집에 가야겠다고 말이죠. 그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덤불을 헤치고 다시 가족들의 캠핑카가 있는 곳에 다다랐을 때, 떠날 때만큼이나 변한 게 없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저녁을 준비하며 조를 부르는 그들에게 이제 조는 등을 돌리고 덤불 속으로 숨어들었던 자기 대신 새롭게 얻게 된 자신을 꺼내 놓게 됩니다.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을 시작으로요.

‘바둑이 폭풍읽기 시리즈’는 초등 고학년부터 시작되는 ‘폭넓고 풍부한’ 독서를 지원하기 위한 시리즈입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수업에 지친 아이들, 컴퓨터 게임만 하고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초등 고학년 아이에게 추천합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했던 놀이들은 결코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이 살아지는 한, 모든 곳 모든 시간이 놀이입니다. 꿈과 희망, 모험이 있는 곳에 소풍간다면, 그 속엔 반드시 베르메유가 살고 있을 겁니다. 영롱한 빛깔의 베르메유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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