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YP 박진영, SM 이수만, 빅히트 방시혁 대표 프로듀서, YG엔터테인먼트
사진=JYP 박진영, SM 이수만, 빅히트 방시혁 대표 프로듀서, YG엔터테인먼트
2020년 가요계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악재가 덮치며 여러 변수 속에서 롤러코스터와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초반 얼어 붙었던 음악 시장은 이내 탄탄한 팬덤 화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분투의 연속이었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백기를 흔든 중소 기획사들도 나타났다. 그 가운데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은 각자의 전략으로 굵직한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열일'한 기존 3대 엔터 JYP, YG, SM과 '괴물 신인'으로 떠오른 빅히트까지 이들의 성과와 내년 전망을 짚어봤다.

◆ JYP, 니쥬로 꽉 잡은 日心

니쥬(NiziU)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니쥬(NiziU)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JYP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수장 박진영을 비롯해, 갓세븐, 데이식스,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있지(ITZY)까지 대거 컴백해 활동했다. K팝 음반 시장 확대에 힘입어 JYP도 앨범 판매량에서 호조를 보였다. 가온차트 집계 기준 11월까지 트와이스의 '아이즈 와이드 오픈'은 47만장, 갓세븐 '브레스 오브 더 러브 : 라스트 피스'는 28만장, 스트레이키즈의 '고생'은 33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상반기에 트와이스의 '모어 앤드 모어'는 56만 장을 넘겼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단연 주목해야 될 그룹은 니쥬(NiziU)다. 일본에서 '트와이스 신드롬'을 일으켰던 JYP가 현지화 전략을 입힌 그룹이 바로 니쥬다. 전원 일본인 멤버로 구성됐지만, 아이돌 육성 시스템 자체는 K팝을 그대로 표방한다. K팝에 대한 지지가 상당한 일본 음악 시장의 성향을 정확히 파고든 전략이다. JYP는 올해 7월 시총 1조를 돌파, 빅히트 상장 전 엔터 업종 대장주로 우뚝 섰다. 그 중심에는 니쥬가 있었다. 세계 2위 음악 시장인 일본 팬들의 열띤 반응이 정식 데뷔 전이었던 이들을 JYP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만들었다.

증권가는 일제히 니쥬에 주목하고 있다. 2021년 긍정 전망 지표로 니쥬를 지목하고 있다. 니쥬의 데뷔 싱글 '스텝 앤드 어 스텝'은 발매 첫 주에 30만 장 이상이 판매됐다. 일본 대중음악 사상 여자 가수 데뷔 싱글로는 역대 2위의 기록이다. 특히 팬덤에만 한정되는 인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 하다. 니쥬는 NHK 홍백가합전 출연, 일본 코카콜라 광고 모델 발탁 등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는 행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부터 니쥬의 일본 성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JYP는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은 "니쥬의 데뷔 싱글 선주문 판매량은 11월 30일 기준 37만장을 넘어섰다. 트와이스 전성기 싱글 판매량은 약 30~35만장으로 선주문만으로 이미 상회했다"면서 "니쥬의 일본 앨범 매출액은 트와이스 대비 2배 이상은 충분히 가능한 수준임을 감안하면 실적 컨센서스가 꾸준히 상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명예 회복한 YG, 블랙핑크가 끌고 트레저가 밀고

블랙핑크, 트레저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랙핑크, 트레저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버닝썬' 여파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명예 회복이 시급했던 YG엔터테인먼트는 이전의 신비주의 전략을 벗고, 주요 아티스트를 위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부진했던 올해 초에 비해 하반기에는 본업이 정상화되며 주가도 안정적인 궤도로 올라왔다. 메인은 블랙핑크가 잡았고, 신인 트레저가 추가 동력이 됐다. 단연 인상적인 것은 연 1회에 불과했던 컴백 주기가 크게 좁혀졌다는 것.

블랙핑크는 첫 정규앨범 발매에 앞서 지난 6월 선공개곡을 발표했고, 이어 셀레나고메즈와 협업한 싱글도 공개했다. 여기에 정규 앨범까지 1년 동안 무려 3번의 컴백을 한 셈이다. 성과도 좋았다.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고, 첫 정규앨범은 125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걸그룹 최초로 가온차트 밀리언을 달성하기도 했다.

트레저 역시 데뷔를 포함해 올해만 총 세 번의 활동을 했다. 다수의 일본인 멤버가 포함돼 일본 내 팬덤도 상당히 두텁다. 이들은 데뷔한 지 3개월 만에 누적 음반 판매량 70만장을 돌파했다. 올해 안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레저가 갓 데뷔해 이뤄낸 성과들을 바탕으로 2021년에는 성장세가 더욱 도드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YG에게는 내년 빅뱅의 활동 여부가 가장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드래곤이 앨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감도 한껏 올라간 상태다. 이와 함께 내년 1월 블랙핑크의 온라인 콘서트도 예정되어 있다.

◆ SM, 눈부신 NCT 활약…에스파 반응 속도 관건

NCT, 에스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NCT, 에스파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앨범 판매량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냈다. NCT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가온차트 집계 기준 11월까지 NCT의 두 번째 정규앨범 파트1은 140만 장을 돌파했다. 파트2까지 합산하면 240만 장 수준이 예상된다. SM 내에서 올해 음반 판매 1위의 핵심 아티스트가 바로 NCT였다. NCT 127의 '네오 존'이 147만 장을 넘겼고, NCT DREAM '리로드'가 67만 장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태민, 카이가 솔로로 활약했으며, 백현은 솔로 앨범으로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앨범 판매량은 전년 대비 65% 성장한 850만 장에 가까운 기록을 썼다.

그러나 증권가는 아티스트들의 활약에도 자회사들의 매출 급감과 적자 전환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앨범 발매는 물론, 온라인 유료 콘서트까지 선보이는 등 본업에는 충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맞물려 길어지는 자회사들의 부진이 여전히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SM이 새롭게 선보인 신인 그룹 에스파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파는 SM이 레드벨벳 이후 6년 만에 론칭한 걸그룹이다. 소녀시대 일부 멤버가 소속사를 옮겨 개별 활동에 집중하고, 레드벨벳도 데뷔한 지 7년 차가 된 상황에서 새 걸그룹을 안착시키는 것은 급한 숙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SM은 안정이 아닌 도전을 택했다. 에스파에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버추얼 세상을 도입했다. 현실 멤버 4명에 이들 각각의 아바타 4명까지 더해 팀 전체의 활동 영역을 두 배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아티스트에 독창적인 세계관을 녹이고, 엔터와 IT 기술을 접목하는 등 다채로운 시도를 해왔던 SM에게도 에스파는 도전이다. 그간의 시도를 한 데 모은 SMCU(SM CULTURE UNIVERSE)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셈. 에스파를 향한 반응은 아직 두드러지진 않는다. 데뷔곡이 미국 빌보드의 신생 차트인 '빌보드 글로벌', '글로벌 200' 등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SM의 성장 동력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NCT도 무한 확장, 무한 개방이라는 생소한 개념에서 출발해 초반에는 큰 공감을 얻지 못했지만 현재는 SM의 주축이 된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에스파도 장기적으로 봐야할 수 있다. 에스파가 팀의 특색을 바탕으로 코어 팬층을 공고히 할 것인지, 기존 걸그룹들처럼 국내·외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아나갈 것인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 빅히트, 공룡 대열 우뚝…IT 자원은 무기·레이블 화합은 숙제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가장 주목을 받았던 가요 기획사는 단연 빅히트엔터테인먼트다. 방탄소년단의 지칠 줄 모르는 글로벌 활약이 지속됐다. 영어곡으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달성하더니 이내 한국어곡으로 핫 100과 빌보드 200 차트를 동시에 석권했다.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빅히트는 앨범 판매량으로 엔터 중 단연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상반기에 '맵 오브 더 솔 : 7'로 426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레이블 소속인 세븐틴은 '헹가래'로 120만 장을 기록했다. 또 방탄소년단은 하반기 'BE'로도 판매량 265만 장을 돌파했다. 세븐틴 역시 '세미콜론'으로 111만 장을 넘겨 더블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은 1회성 상장 수수료를 제외한 빅히트의 하반기 영업이익을 약 1050억원으로 추정했다.

핵심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이 승승장구 하는 동안 빅히트는 외연을 부풀리며 사업적인 강화에 나섰다. 가장 큰 강점은 IT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빅히트는 자체 팬 플랫폼 위버스를 적극 키워나가고 있다. 자사 소속인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외에도 레이블 소속 여자친구, 세븐틴, 뉴이스트와 타 아티스트인 헨리, 선미, 드림캐처, 위클리, CL, 피원하모니까지 입점했다. 해외 아티스트인 그레이시 에이브럼스에 이어 영국 보이밴드 뉴호프클럽도 들어온다. 위버스의 각 커뮤니티 가입자 수의 합은 중복을 포함해 약 1910만 명에 달한다.

이와 연계된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을 통해 직접 온라인 유료 공연을 송출할 수 있다는 점도 빅히트의 무기다. 지난 10월 이틀 간 위버스샵을 통해 송출한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는 전 세계 191개 국가 및 지역에서 99만3000명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시청권 판매 매출만 500억 원 대로 추산된다.

또 주목할 점은 빅히트가 아티스트 소스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 엔터사들을 인수해 레이블로 편입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여기에 새롭게 론칭한 엔하이픈이 호성적을 내고 있고, 내년에는 쏘스뮤직과 함께 준비한 새 걸그룹도 데뷔한다. 단, 레이블 간 화합은 숙제로 남아 있다. 팬덤 간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레이블의 단합을 빼놓을 수 없는데, 급속도로 변화한 컨디션에 따른 부작용을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오는 31일 레이블 합동 콘서트를 준비한 빅히트는 팬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무리한 패밀리십의 강요가 거부감을 불러와 불매 소동으로까지 이어진 사례였다. 다각도의 사업 확장을 하는 와중에도 그 기반은 엔터에 있다는 점을 상기, 팬들과의 릴레이션십 또한 주요 가치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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