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얀트리' 유튜브 캡쳐
/사진='하얀트리' 유튜브 캡쳐
"간장게장을 재사용한 것 같다." 70만 유튜버의 이 한마디에 지역 맛집으로 이름났던 한 식당은 결국 휴업하게 됐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7일, 유명 맛집 유튜버 하얀트리는 대구의 한 간장게장 무한리필 전문점에서 유튜브를 촬영했다. 간장게장 첫 접시를 맛있게 먹고 리필을 받았다. 하얀트리는 이 과정에서 하얀 밥알 하나를 발견했다.

하얀트리는 "죄송한데요~ 여기 밥알이 나왔다"며 직원에게 말했고, 직원은 "어머,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새 간장게장을 가져다줬다.

이후 하얀트리는 "그냥 가져가는 거면 음식 재사용을 했던 게 확실하다"며 의혹을 제기했고 해당 음식점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콘텐츠가 게재되자 네티즌들은 "음식 재사용이 확실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해당 음식점 전경 실루엣을 보고 업소를 찾아냈다.

식당은 '음식 재사용' 낙인이 찍히면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또 포털사이트 등에서 별점 테러를 당하며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업주는 해당 콘텐츠에 댓글을 통해 "저희는 음식을 재사용하지 않는다. 리필시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음식을 줄이기 위해 리필용으로 준비해둔 꽃게 접시에 고객님들이 드시던 간장게장 소스 및 꽃게를 같이 부어 드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존 소스를 부어드리기에 드시던 밥알, 야채 등이 들어갈 수 있다. 그래도 불쾌하시다면 주방 및 홀 CCTV를 공개하겠다. 매장에서 충분히 설명해 드렸어야 했는데 직원이 설명을 안 한 점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하얀트리 측은 매장의 해명 댓글을 삭제하고 이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옹호하는 반응을 보이는 글들도 모두 삭제했다.

하얀트리는 커뮤니티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간장게장 사장님과 통화하고 왔다"며 "서로 연신 사과하고 오해를 풀었다. 재촬영을 희망해 진실을 알려드리고자 재촬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당 측도 리필 관련 설명이 부족한 것에 따른 인정과 리필 시스템이 오해하기 좋고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인지, 그에 따른 내용과 상황을 영상으로 제작할 것"이라며 "가게 측의 설명 부족과 오해에서 생긴 이슈이며 이에 대한 억측과 악플은 자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식당의 리필 방법은 음식물 재사용이 아닌 사례였으며 법적으로 문제없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얀트리는 충분한 사실확인 없이 70만 구독자가 보는 유튜브에 '간장게장 재사용' 의혹을 게재했고, 업소명은 블러 처리를 했지만 해당 식당을 찾기 쉽게 리플렛 등을 촬영하기도 했다.

유튜버 방문 일주일 만에…'허위 저격'으로 간장게장 집 휴업

/사진='하얀트리' 유튜브 캡쳐
/사진='하얀트리' 유튜브 캡쳐
충격적인 점은 해당 업소의 '음식 재사용' 의혹은 명백한 허위로 판명됐다는 것이다. CCTV 확인 결과 유튜버 본인이 먹던 밥알이 들어갔던 것.

하얀트리는 CCTV 원본을 직접 확인했다고 밝히면서도 '입에 발린' 사과만 했을 뿐이었다. 그는 재촬영 영상을 통해 "제가 먹던 간장게장을 새 간장게장 위에 부었더라. 첫 간장게장 접시에서 밥을 비볐는데 당시 흘린 밥알이 들어간 것 같다. 아무래도 직원분이라 피드백이 부족했고, 사장님이 그 자리에 계셨다면 피드백을 정확히 주셨을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만난 사장님이 많이 힘든 상황이라 촬영을 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밥알이 나온 이유에 대해 적극적으로 여쭤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사장님께 잘못을 저질렀다. 죄송하다. 또한 정확한 팩트로 영상을 풀었어야 했는데 제 파급력을 생각하지 못한 무지함에 진심으로 죄송하다. 철저히 조사하고 검증해 올바른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유튜버 하얀트리가 방문한 지 일주일 만에 지역 맛집으로 입소문 났던 간장게장 집은 문을 닫았다. 사장은 하얀트리에게 제대로 사과받지 못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재했다.

식당 사장은 "간장게장 무한리필 전문점으로 성실히 장사를 시작해 지역 맛집으로 자리매김하던 중 너무나 황당하고 억울한 일을 겪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맛집 유튜버가 방문해 촬영을 하고 며칠 뒤 '음식을 재사용하는 무한리필 식당'이란 제목으로 매장 영상을 업로드해 순식간에 조회 수 100만 뷰에 도달할 정도로 이슈가 되어 버리면서 저희 매장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식당으로 낙인이 찍혀버렸다"고 설명했다.

사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해명했고 당시 CCTV도 다 보여드릴 수 있다고 글을 작성했음에도 글을 볼 수 없게 하고 해당 영상이 무차별적으로 확산 될 때까지 방치시켜 버린 유튜버의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또 "코로나로 극도로 힘든 매장의 어려움을 헤어려주지 못할망정, 성실히 운영하는 매장에 똥을 뿌리고 가는 격이니 너무 한탄스럽다. 수많은 욕설, 항의 조롱 등 전화가 빗발쳤고 여러 포털사이트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악플을 받아 결국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고 전했다.

간장게장 사장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저는 항의하였으나 유튜버는 해명 방송을 촬영해 올리면 된다며 아주 쉽게 이야기만 할 뿐이었다. 실제로 해당 영상을 내리고 사과 영상을 올렸으나 재촬영을 왔을 때 이미 영업을 중단한 상황이었음에도 저희 매장이 입은 피해에 대한 일체의 언급이 없었고, 매장의 피해 복구를 위한 영상이 아닌 유튜버의 이미지 관리밖에 안 되는 영상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튜버의 갑질과 횡포를 법과 제도로 막을 수 없는지 너무 답답하다.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일부 유튜버들이 본인의 인기를 위해 무분별한 갑질과 횡포를 일삼는 일로 이처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더 가중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마련을 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조회수 목매는 유튜버들…갑질·횡포 막는 제도 없어

간장게장 사장님의 탄식 "'아님 말고' 유튜버 때문에…" [튜브뉴스]
간장게장 사장의 절절한 호소에도 하얀트리는 '마이웨이'였다. 사과 영상 게재 하루 뒤 바로 새로운 리뷰 영상을 올렸다. 사장의 국민청원이 보도된 후 하얀트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증가하자 그는 모든 영상의 댓글을 차단하고 커뮤니티 게시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자신의 수익을 위한 동영상과 광고 콘텐츠는 남아 있었다.

하얀트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소속사 샌드박스네트워크는 공식입장을 통해 "하얀트리와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샌드박스는 하얀트리가 소속 기간 내 발생한 해당 사건에 대해 계약 해지 이후에도 문제 해결과 피해 식당의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샌드박스 관계자는 "소속 크리에이터가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윤리적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내부 크리에이터 윤리강령을 철저히 교육하고 추가적인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TV만큼 유튜브를 보는 세상이 왔다. 윤리 의식 없이 '유튜브각'만을 외치며 구독과 좋아요를 갈구하는 유튜버들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아니면 말고' 식 폭로로 조회수 올리기에 급급한 유튜버들은 선량한 시민에게도 손해를 끼치고 있다. 이같은 유튜버들의 조작, 허위 방송은 법정 제재가 불가한 것이 현실이다. 한 전문가는 "악의적으로 손해를 끼친 게 아니라면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튜버를 직접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은 2년 전 시도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한 변호사는 "유튜브는 폭력성이나 선정성이 과하면 삭제한다. 하지만 오류가 있는 방송에 대해서는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서 "이를 제재하기 위해선 새로운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간장게장 집이 할 수 있는 것은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 뿐이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독일엔 '소셜네트워크법'이 있다. 200만 가입자가 넘는 플랫폼에서 명백히 불법적 콘텐츠는 사업사를 24시간 내 삭제, 가짜뉴스 유포를 막기 위함이다. 유튜브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유해성 콘텐츠 3회까지는 경고, 이후에 계정 일시 정지, 영구폐쇄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는 점은 계속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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