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까지 가입자를 최소 6000만 명 확보하겠다.”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기업 월트디즈니가 지난해 11월 신규 동영상(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선보이면서 밝힌 포부다. 당시 “야심차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목표가 불과 1년여 만에 초과 달성됐다. 디즈니는 지난 11일 ‘투자자의 날’을 맞아 총 가입자 수가 8680만 명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이 회사 주가는 하루 동안 13.6% 급등했다. 테마파크 죽쓰자 동영상에 무게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디즈니의 주력 사업은 테마파크와 리조트였다. 2019회계연도(2018년 10월~2019년 9월)에 올린 696억달러(약 76조원)의 매출 중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 매출 비중은 37%나 됐다. 올해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이 부문 매출 비중은 23%로 급감했다. 내년 3월까지 테마파크 직원 중 3만2000여 명을 감원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테마파크 부문을 빠르게 대체한 건 디즈니 플러스였다. 월 일정액(6.99달러)을 내면 영화와 TV쇼 등을 무제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2018년만 해도 전체의 5%에 불과했던 스트리밍 매출은 올해 24%로 급증해 테마파크 부문마저 넘어섰다. 코로나19 직격탄에도 디즈니의 총매출이 지난 1년간 6%밖에 줄지 않은 배경이다.디즈니의 스트리밍 가입자 증가세는 가속화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코로나19가 급속히 재확산한 지난 10월부터 두 달간 1300만 명을 새로 확보했다. 내년엔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일본, 홍콩, 동유럽 등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회사 측이 새로 밝힌 2024년 가입자 전망치는 2억3000만~2억6000만 명이다. 과거부터 운영해온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현재 가입자 3880만 명)와 ESPN 플러스(1150만 명) 이용자는 별도다.밥 차펙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수년 내 개봉할 마블, 픽사, 루카스필름 등의 영화 100여 편 중 80%를 디즈니 플러스에서 선보일 예정”이라며 “당분간 적자가 불가피하겠지만 2024년엔 스트리밍 부문에서도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 호출 손님 줄자 음식 배달로세계 최대 승차공유업체인 우버도 주력 사업을 바꿔 최악의 불황을 전화위복으로 삼은 사례로 꼽힌다. 우버는 차량 호출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음식 배달 부문인 ‘우버이츠 서비스’로 무게중심을 옮겨왔다. 전염병 확산 우려로 차량 공유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진 반면 집과 사무실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수요는 폭증해서다.우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차량 호출 매출은 13억65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반토막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음식 배달 매출은 14억5100만달러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주력이던 차량 호출보다 음식 배달업 비중이 더 커진 것이다.우버는 여세를 몰아 이달 초 음식 배달 경쟁사인 포스트메이츠를 26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합병 후 미국 시장 점유율은 약 35%로 1위 업체인 도어대시(50%)를 위협할 만한 수준으로 커졌다. 우버 주가는 올해 3월의 저점 대비 서너 배 급등했다.영화 제작·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도 ‘코로나 위기’를 맞아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본연의 영화 제작과 별개로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HBO 맥스는 5월 선보인 구독결제 서비스(월 14.99달러)다. 내년 개봉하는 매트릭스4, 수어사이드 스쿼드2 등 모든 신작 영화를 극장과 동시에 HBO 맥스에서 개봉할 계획이다. 앤 사노프 워너미디어 CEO는 “전례없는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창의적 해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다.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를 중심으로 사업을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콘텐츠 소비의 축이 스트리밍 시장으로 넘어가자 타깃을 영화관에서 ‘집콕족’으로 옮기며 ‘콘텐츠 제국’의 틀을 다시 짜고 있다. OTT 1위인 넷플릭스를 정조준한 것이기도 하다. 세계적 극장가인 뉴욕 브로드웨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셧다운’ 기간을 내년까지 연장했다. ‘영화관→안방 관객’으로 중심축 이동월트디즈니는 12일(현지시간) TV 네트워크와 영화 스튜디오, 소비자 직접판매 서비스 부문을 통합해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배급’ 부문으로 운영한다는 개편안을 내놨다. ‘글로벌 유통 사업부’도 새로 설립하기로 했다.3대 스트리밍 자회사인 디즈니플러스, 훌루, ESPN플러스 등에서 방영하는 콘텐츠를 일괄 관리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디즈니와 마블·픽사 스튜디오, 루카스필름 등 영화 제작 스튜디오를 비롯해 20세기텔레비전과 ABC방송, ESPN 등이 각종 콘텐츠를 제작하면 새로운 유통 사업부가 스트리밍 콘텐츠 배포를 결정하는 구조다.밥 차펙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월트디즈니는 이 큰 변화를 주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월트디즈니의 주된 관심사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영화와 쇼를 만드는 데 집중될 것”이라며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구분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재편 계획을 발표한 뒤 월트디즈니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5.6% 올랐다. “‘코로나 승자’ 넷플릭스 이기겠다”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와 훌루, ESPN플러스 등 월트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는 최근 1억 명을 넘어섰다. 월트디즈니는 조만간 ‘스타(Star)’라는 이름의 새로운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여 스트리밍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낼 계획이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한 지 13년 만에 가입자 1억9300만 명을 확보한 것과 비교할 때 월트디즈니는 비교적 단기간에 스트리밍 사업에서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AP통신이 전했다.월트디즈니의 이 같은 노선 변경은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월트디즈니의 스트리밍 사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기존 주력 사업인 콘텐츠 제작 및 테마파크 등의 수익이 급감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지난달 영화 ‘뮬란’의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스트리밍 채널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출시했다. 자회사 픽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소울’도 크리스마스에 맞춰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하기로 했다.뉴욕 브로드웨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셧다운 기간을 내년 5월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CNBC에 따르면 브로드웨이 제작자와 극장주협회는 41개 극장이 내년 5월 30일까지 문을 닫는다고 밝혔다. 브로드웨이는 코로나19 초기인 지난 3월부터 휴관에 들어갔다. 셧다운 연장은 극장가는 물론 뉴욕시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관람객의 65%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이들이 지난해 뉴욕에서 쓴 돈은 110억달러가 넘는다.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미국 중고자동차 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대규모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적자에 허덕이는 중고차 거래 스타트업 카바나의 시가총액(7일 종가 기준 370억달러)이 지난해 9억달러의 순이익을 낸 업계 1위 카맥스(154억달러)의 두 배를 넘어섰다. 올 들어 카맥스 주가가 7.3%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카바나 주가는 135.7% 급등했다. 무형자산이 기업가치 높여월스트리트저널은 7일(현지시간) 카바나와 카맥스의 기업가치가 역전된 이유를 코로나19로 가속화한 ‘자산 경량화(asset-light)’ 경제에서 찾았다. 자산 경량화란 유지 보수 및 관리에 비용이 드는 유형자산을 줄이는 경영 기법을 뜻한다. 미국 투자은행 에버코어ISI의 마이크 몬타니 애널리스트는 “카바나는 코로나19 시대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강력한 플랫폼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온라인에서 고른 중고차를 대형 ‘자동차 자동판매기’에서 비대면으로 가져갈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무형자산이 카바나의 기업가치를 높였다는 분석이다.미국 S&P500 기업들이 보유한 무형자산과 유형자산의 격차도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그룹 분석에 따르면 1975년만 해도 존재감이 미미했던 무형자산은 1995년 유형자산의 두 배가 됐다. 2005년에는 4배, 2018년에는 5배로 커졌다. 그만큼 기업 자산에서 부동산 등 유형자산보다 아이디어, 브랜드, 연구개발(R&D), 콘텐츠, 인적자원 등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코로나19로 디지털 플랫폼, 소프트웨어 등 무형자산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면서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줌 등의 주가가 올해 급등했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은 사무실 같은 유형자산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고, 그 결과 무형자산 투자 및 관리가 기업 경영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남다른 무형자산을 갖춘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거둔 성과는 눈부실 정도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핵심 무형자산인 주행 소프트웨어는 R&D 비용이 많이 들지만 설치 비용은 적게 들기 때문에 높은 이익률로 이어질 수 있다. 테슬라의 기업가치(3963억달러)는 각각 일본과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체 도요타와 폭스바겐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 많다.전 세계에서 운영하는 디즈니랜드 등 초대형 유형자산을 두루 갖춘 월트디즈니의 시가총액(2221억달러)은 넷플릭스(2358억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월트디즈니가 넷플릭스와 비슷한 스트리밍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 등을 구축해둔 덕에 그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말 상장을 앞둔 숙박 공유기업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호텔체인 메리어트(321억달러) 수준인 30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할 만한 사업 모델 기준도 바꿔사업모델이 무형자산 중심으로 바뀌면서 ‘투자할 만한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전통적인 개념에도 혁명이 일어났다. 과거에 각광받았던 가치투자자들은 보유하고 있는 유형자산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했다. 당시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을수록 투자 매력이 높은 기업으로 대접받았다.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승차공유, 숙박공유 등 유형자산 보유량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PBR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업이 증시에 줄지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런 현상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또다시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제이슨 토머스 칼라일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PBR이 높은 기업, 즉 보유자산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된 기업일수록 최근 10년 동안 증시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상위 10% 고(高)PBR 기업은 평균적으로 연 수익률 18%를 올렸다. 반면 저PBR주, 이른바 저평가된 가치주는 같은 기준으로 연평균 수익률이 5% 미만에 그쳤다.다만 자산 경량화 경제가 패러다임의 완전한 전환인지, 증시에 낀 거품을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말에 불과한지는 아직 논란의 대상이다. 카바나처럼 자산 경량화를 이룬 기업 중 상당수는 여전히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소비자에게 주는 편리함 같은 유형자산의 가치를 폄하할 수 없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