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야구선수의 실패와 도전기…최지운 신작 중편 '트라이아웃'
2013년 제1회 한경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최지운 작가(사진)가 신작 중편 소설 《트라이아웃》(좋은땅)을 출간했다.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해 최종심까지 올랐던 시나리오를 5년여 만에 다시 소설화했다.

제목 ‘트라이아웃’은 주로 야구 팀에서 실시하는 선수 선발·입단 테스트다. 한 전직 야구 선수의 실패와 좌절,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다. 신생 프로야구팀 드래건즈가 트라이아웃을 진행하는 남해안 중소도시 진산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교 시절 또는 프로야구팀 입단 초까지 잘나가다가 재기 불능의 평가와 함께 물러나 각자 생활전선에서 뛰던 전직 야구선수들이 다시 야구를 해보고자 하나둘씩 이곳에 모인다.

전직 야구선수의 실패와 도전기…최지운 신작 중편 '트라이아웃'
고교 시절부터 롱 셋업맨, 나쁘게 말해 경기에 질 때 등판해 오랜 이닝을 던지는 패전처리 투수였던 최상혁 역시 마찬가지다. 상혁은 이름 없는 지방 대학에까지 진학하면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우지만 결국 프로 진출에 실패한다. 공백 기간, 생계를 위해 복사기를 고치는 업체 직원으로 한 은행에 파견된 그는 사내 아나운서인 혜연을 만난다. 그녀의 권유로 들어간 사내 야구 동호회 ‘컴퍼니맨’에서 상혁은 인생 처음으로 승리투수가 된다. 상혁을 응원해주던 혜연이 스포츠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해 퇴사하고, 그에게 신생 프로야구팀의 트라이아웃 공고를 알려주면서 이야기는 크게 전개된다.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중요치 않아 보인다. 별 볼 일 없는 복사기 수리 회사 직원으로서 힘들기로 악명 높은 은행에 파견돼 오랜 기간 묵묵히 버티며 일하는 상혁의 모습은 크게 지고 있는 경기에 등판해 오랜 이닝 말없이 공을 뿌렸던 과거 패전처리 투수 상혁의 모습과 어딘가 크게 닮아있다. 작가는 패전처리 투수를 통해 꿈이 좌절된 젊은이들이 궂은일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인생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야구의 속성을 우리 삶에 대입시켜 이야기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무엇보다 꾸준함이 주는 보상을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다가온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