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36)은 물감이 채 마르기 전, 젖은 상태에서 다른 물감을 덧칠하는 ‘?온?(wet on wet)’ 방식으로 작업하는 작가다. 붓질과 색, 표면의 질감이 어우러진 ‘조각적 회화’ 혹은 ‘회화적 조각’은 정면에서만 보는 그림이 아니라 다각도에서 관람하는 재미를 안겨준다.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오는 29일까지 열리는 김미영 개인전 ‘Touch of eyes(그림의 촉감)’에서는 화면의 결을 오랜 시간 다지고 쌓아올려 천천히 물속을 떠다니는 듯 묵직하면서도 유연한 속도감을 담은 신작 20여 점을 걸었다.

추상 작업이지만 거친 붓질로 칠한 레몬, 민트, 핑크 등의 바탕에 나이프로 빵에 버터를 바르듯 얹은 모양이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나 물에 떠가는 나뭇잎을 연상케 한다. 봄날 흩날리는 꽃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Warm Breez’)도 있다. ‘화가의 정원’은 보라색 물고기들이 수초가 가득한 냇물을 헤엄치는 것 같다.

김미영은 ‘?온?’ 작업을 통해 순간의 감각과 기억을 화면에 포착한다. 물살에 실려가는 몸의 느낌, 눈밭에서 발이 미끄러지는 느낌 등이 붓과 나이프의 흔적으로 잔잔하게 남아 있다. 그는 “우리의 오감은 지금도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며 “눈으로 만지듯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김미영은 이화여대 동양화과와 대학원, 영국 런던 왕립예술대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파리, 런던,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 다양한 곳에서 레지던시(입주작가) 및 전시에 참여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