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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아침] 일말의 희망을 노래하다…베토벤 '대푸가'

베토벤의 ‘대푸가’는 당초 현악사중주곡 13번(1825)의 마지막 6악장으로 작곡됐다. 하지만 15분이 넘는 긴 연주 시간과 추상성 탓에 누구나 어렵다고 생각했다. 베토벤도 결국 출판업자의 조심스러운 제안에 따라 이 악장을 별도의 곡으로 분리하고, 현악사중주곡의 마지막 악장은 새로 써넣었다.

서주에 제시된 단편적인 악상들이 여러 부분의 푸가(모방대위법)로 복잡하게 얽혀 들어간 곡이다. 후대 음악학자들이 그 난해한 구조를 분석해낼 수는 있었지만 이런 곡을 구상한 베토벤의 머릿속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20대 중반부터 서서히 청력을 잃어가다가 결국 세상과 단절돼버린 거인의 사차원적 상황이 투영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있다. 아무리 복잡해도 알고 보면 구조와 규칙이 있고, 마지막 순간에는 불행한 운명에 무릎 꿇는 것이 아니라 일말의 희망을 노래한다는 사실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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