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A to Z
건축 대상지를 확보하고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서 건축주가 준비해야 하는 것이 ‘건축 사업계획서’다.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자금 계획부터 건축 일정, 건물의 용도, 스타일 등 본인이 생각하고 계획해온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건축주 자신의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 계획서는 꼭 거창하게 형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 달력에 표시돼 있는 자금 일정표일 수도 있고, 잡지에 나온 멋진 집들의 사진 자료일 수도 있다. 주택이라면 그 집에 들어가서 살 가족들의 소소한 이야기라도 상관없다.

이런 내 생각을 정리한 뒤 건축물로 구체화하기 위해, 건축 프로젝트에서 첫 번째로 만나는 사람이 바로 건축사다. 이 만남은 성공적인 건물주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첫 관문이자,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설계자의 한마디에 의해 건축 프로젝트의 전체 방향성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비전문가인 건축주들은 그만큼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말썽이 생기기도 하는데, 일부 불량한 건축사는 건축주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신이 일하기 쉬운 쪽으로 설계 방향을 몰아가기도 한다. 또 건축 비용은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채우기 위해 건축주 돈으로 자신의 예술품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건축주는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건축 사업 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일의 주도권을 가져올 필요가 있다. 건축사와의 만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마추어인 건축주의 ‘비빌 언덕’이 될 수도 있고, 잘못하면 ‘썩은 동아줄’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 바로 이들인 것이다. 가급적 나의 오른팔로 활용해서 이들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설계도 작성을 통해 건축 인허가를 받고, 시공사를 선정해 건축물을 완공하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는 혜안을 건축주에게 알려줄 유일한 사람이라 생각된다.

만약 이들과 등을 진다면 설계가 아무리 좋아도 시공 현장의 전문가들에게 휘둘려 건축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건축은 많은 사람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성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목표를 이뤄야 한다.

행복건축협동조합 송찬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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