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네소타대 연구진

이명 환자 혀에 전기자극
12주 치료후 86% 증상 줄어
귀에서 '삐-' 소리 들리는 이명, 혀 자극해 치료

현대인의 75%가 경험한다는 이명 현상은 귀에서 ‘삐’ 소리 등이 나는 증상을 말한다. 반복적으로 이명에 시달리는 사람의 절반 이상은 우울 장애와 불안 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개 과로와 수면 부족 등의 육체적 스트레스가 심하면 이명 현상이 심해진다.

이명은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명확한 치료법도 없다. 드물게 난청이나 이명이 심할 경우 청성뇌간이식수술을 하기도 한다. 청성뇌간이식수술은 뇌에 전기 장치를 이식해 청각 신경을 자극하는 치료법으로 과정이 복잡하고 위험 부담이 있어 치료에 한계가 있다.

최근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이 혀에 자극을 주는 것이 이명 현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매개 의학’에 발표했다.

휴버트 림 미네소타대 의료공학과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이명과 혀의 관계에 관심을 두게 됐다. 림 교수가 뇌 안쪽에 전기자극을 주는 뇌심부자극술(DBS)로 환자의 귀 질환을 치료하던 도중 일부 전극이 목표한 지점에서 벗어나는 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평소 이명에 시달리던 환자의 이명 현상이 개선됐다.

이명은 대다수가 뇌의 문제에 기인한다. 림 교수는 이 일을 계기로 기니피그에서 이명 현상을 줄일 수 있는 뇌 부위와 이를 자극하기 적합한 신체 부위를 찾았다. 귀, 목, 팔다리 등 여러 부위를 실험한 결과 혀가 최적의 자극 부위라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326명의 이명 환자에게 소리 자극을 줄 수 있는 헤드폰과 함께 혀에 전기 자극을 주는 장치를 착용하게 했다. 연구진은 혀에 전기 자극을 주면 입에서 톡톡 터지는 파핑캔디를 먹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고 했다.

한 번에 한 시간 동안 실험했고 정기적인 치료가 12주간 이어졌다. 그 결과 환자 중 86.2%에서 이명 현상이 줄어들었다. 이명의 정도를 수치화한 ‘이명 중증도 검사’에서 100점 중 평균 14점이 줄어들었다. 또 실험이 끝나고 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참여자 중 80.1%는 이명 현상이 줄어든 상태가 유지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크리스토퍼 세데로스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이명 연구에서 이렇게까지 증상이 큰 폭으로 완화되고 그 효과가 1년간 유지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2018년 목과 뺨을 동시에 자극하는 연구에서 이명 현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였다. 중증도 점수는 평균 7점으로 이번 연구의 절반에 그쳤다.

연구에 사용된 이명 치료 의료기기는 림 교수가 속해 있는 뉴로모드디바이스에서 제품화를 마쳤다. 소리 자극을 들을 수 있는 헤드폰과 전극 32개로 이뤄진 통팁이라는 장치로 구성된다. 통팁은 입에 물 수 있는 형태로 혀에 전기 자극을 전달한다. 사용자의 청력 상태에 따라 자극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림 교수는 “청각과 혀에 느껴지는 통각 등 여러 감각 자극을 통해 뇌의 집중을 분산시키면 이명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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