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클래식 감성에 젖어…오늘, 가장 멋진 신사가 된다
이발소는 조선 후기 지식인 남성들의 사교의 장이자 문화 공간이었다. 1895년 단발령이 내려진 지 6년 만에 국내 최초 이발소 ‘동흥이발소’가 문을 열었고, 이후 이발소는 호텔과 기차역 등 근대 공간에서 환영받았다. 포마드를 발라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는 서양식 문물을 받아들이는 방법이자 멋 부리는 남성의 상징이었다. 대부분 바버숍에선 커트와 셰이빙이 기본 서비스. 최고의 휴식을 위한 위스키와 맥주 서비스는 덤이다.

서울엔 과거 이발 문화와 요즘 바버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서울 종로구 일대에만 30여 곳의 이용원과 바버숍이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바버숍과 이용원을 소개한다.
책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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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숍, 클래식으로의 시간 여행

‘헤아(Herr)’는 7년 전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연 클래식 바버숍의 원조다. 1920년대 미국 금주령 시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테리어와 당시 유행했던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공간이다. 빌리캣 바버숍은 2016년 성수동에 자리 잡았다. 과감하면서도 클래식한 스타일로 유명해졌다. 대표원장인 김태우 바버는 다양한 바버대회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챨스바버숍은 2015년 홍대에 들어섰다. 호텔 바버 경력 40년이 넘는 정철수 원장의 지휘하에 남성 커트와 뒷면도, 스타일링까지 책임진다. 직원 대부분이 2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이다. 코리아나 호텔 바버숍도 명성이 높다. 쎄아떼 이용학원 대표원장이자 한국 이용 명장인 김성철 원장이 직접 운영한다. 압구정동에선 패뷸러스 바버숍과 블레스바버숍이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20년 경력의 김현수 바버가 대표원장인 패뷸러스 바버숍은 염색, 펌 등 스타일링도 해준다.

2018년 영등포에 자리잡은 어센틱 바버샵은 수준 높은 커트와 셰이빙 서비스로 이름을 알렸다. 2016년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바버숍’인 영국 트루핏&힐이 청담동에 문을 열었다. 210년 역사를 자랑하며 100% 예약제로 영국제 제품만 쓴다.

부산·광주·춘천의 톱 바버들

위스키 한잔 마시고
위스키 한잔 마시고
잭슨파마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바버숍이다. 흑인 머리와 클래식 남성커트, 셰이빙 서비스 등을 전문적으로 한다. 나모바버숍은 유럽식 클래식 커트와 셰이빙을 해준다. 부산 남천동, 창원 용호동에 있다. 임남호 바버는 부산에서 이용학원도 운영하고 있다.

광주 최초의 레트로 바버숍인 클럽힙스터는 스트리트 패션 등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간으로 꾸몄다. 강원 춘천에선 노벨 바버 이 유명하다. ‘벨이 없으니 언제든 문 열 들어오라’는 뜻이다. 미군 부대에서 바버숍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2명의 대표 바버가 있다.

노장은 죽지 않아

셰이빙
셰이빙
전국 곳곳엔 아직도 1만~3만원대 이발소들이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용산 다금미는 호텔경력 25년 이상의 이용사 권영숙 대표 원장이 직접 운영한다. ‘다금미’는 “조금만 다듬으면 금방 미남이 됩니다”의 줄임말.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단골이 많다.

용산전쟁기념관 앞 밀리터리 바버숍엔 미군 부대에서 20년 이상 일한 바버가 있다. 허름하지만 3만원에 최고의 이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 미래유산인 마포 성우이용원은 1927년부터 3대째 대를 이어온 이발소다. 이발사 이남열 씨는 100년이 넘는 독일제 쌍둥이표 면도칼, 50년이 넘은 바리캉과 가위 등을 물려받아 지금도 사용한다. 성북동 새이용원은 1958년 이발사 면허시험에 합격한 한국 첫 여성 이발사 이덕훈 할머니가 운영한다. 86세인 그는 지금도 매일 이발소 문을 열고 옛 방식대로 손님을 맞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